태화강변에 한번 심어 ‘5계절 즐기는’ 정원 만든다

올해 울산 정원박람회·코리아가든쇼 개최예정
亞최초 피에트 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의 차별된 정원공간 조성 기대

2021-01-11     홍영진 기자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의 작품을 품게 된다. 올 하반기 정원 조성이 가시화 할 경우 울산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처럼 현대적 도시생활과 자연주의 정원이 도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세계적 정원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전망이다.

울산에서는 올해 정원박람회와 코리아가든쇼 등 정원관련 국제행사가 개최된다. 세계적 트렌드를 한 눈에 보여줄 수 있고 태화강국가정원만의 독특한 공간문화를 완성시킬 새로운 개념의 문화콘텐츠가 절실하다.

이에 울산시가 지난 수십년 간 전세계 정원문화 및 공간조성에서 최고의 인지도를 지켜 온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77·네덜란드·사진)의 자연주의 정원을 태화강국가정원에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피에트 우돌프는 공간 조성의 세계적 트렌드인 자연주의 식재 개념을 최초로 구축하고 주창해 온 정원문화계의 거장이다. 세계 곳곳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도시마다 그를 초청 해 시민정원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그의 정원 디자인이 울산에서 이뤄진다면 아시아권 최초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주로 다년생 초화류 위주로 식재한다. ‘5계절’(가을부터 다시 이듬해 가을까지)이라는 개념 아래 각 계절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변화하는 정원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화려한 꽃을 보기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식물을 ‘심었다 파내는’ 작업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르지만 최상의 조화를 이루는 수종과 초화류를 선별식재하여 반복적인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계절마다 각기 다른 최상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꽃은 꽃대로, 꽃대는 꽃대대로, 겨울을 나기위한 메마른 줄기와 뿌리까지,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감성을 전하는 자연주의 정원을 완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오래 시간 현지 자생종을 연구하고 생태환경에 맞는 새로운 식물도 제안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해당 공간과 도시민의 정서에 맞는 패턴을 도출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가 유명하다. 쓸모가 없어진 도심 속 고가철도를 정원으로 탈바꿈시키자, 뉴욕의 새로운 관광지를 보겠다고 한 해 500만명 이상이 그 곳을 방문한다. 네덜란드 싱거 라렌 조각공원, 영국 런던의 포터스 필즈 파크 등도 그가 완성했다. 몰락한 자동차도시로 알려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도 시민들의 펀딩으로 그의 정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울산시가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을 고심하게 된 배경에는 시민들 일상 속에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서울·전주·순천 등 다른 지자체의 정원과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태화강 자체가 하나의 생태공간으로 완벽한 위치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다 큰 나무와 인공 조형물이 아닌, 초본식물 위주의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로 아시아 최초의 자연주의 정원을 완성시켜 차별화 된 도심 정원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피에트 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은 태화강국가정원 83만㎡(약 25만평) 중 일부에 우선 조성된다. 초기 조성 면적은 1만~1만2000㎡(약 3000~3600평)로 예상된다. 정확한 위치는 논의 중이다. 지역 정원조성 전문가와 시민정원사들 사이에서는 기존의 1년생 초화단지와 국화재배단지 두 곳을 최적의 공간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초화단지는 접근성이 좋지만 도로변 부설공간으로 인식돼 대표 공간으로 확장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대나무숲 배경의 국화재배단지는 최적의 공간 연출이 용이하지만 진입부와 거리가 다소 멀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국가정원이 하천에 접해있다보니 지형변경이나 인공구조물 설치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피에트 우돌프의 자연주의정원 개념은 우리 환경에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실질적으로 추진하기까지 과정이 남아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의지를 갖고 살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