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금 필요한 건 양보와 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1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후 9시 이후 문 여는 곳이 없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생긴 고민거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층간소음이다.
아랫집은 시도때도 없이 쿵쿵 울리는 아이들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윗집은 조심한다고 조심하는데도 예민하게 구는 아랫집이 부담스럽다.
오히려 대화만으로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지만, 감정이 쌓이고 격해지면 엉킨 실타래처럼 상황이 꼬인다. 별 거 아닌 갈등이 이웃간 큰 싸움으로 번지고 살인 등 범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층간소음 분쟁민원(콜센터+온라인) 현황은 총 570건, 소음측정을 해달라는 요구가 현장진단까지 이어진 것도 222건이나 됐다. 특히 분쟁민원은 297건에서 약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7월 층간소음에 항의한다는 이유로 부탄가스를 누출시키고 가스를 터뜨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다 기소돼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앞으로도 층간소음 분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당사자끼리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이웃간 감정만 상할 여지가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파트 관리단체나 층간소음 중재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고 이해해본다면 어떨까. 아랫집의 항의가 신경쓰이는 윗층은 단지 “아이들이 뛰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양보와 배려로 오히려 먼저 아랫집에 “매트도 깔고 아이들에게 주의도 주지만 잘 안된다”거나 “이 시간대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고 먼저 얘기해놓는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리는 소음보다는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또 아랫집은 쿵쿵거리는 윗집 소리에 참지 못하고 보복을 하거나 갑자기 항의 방문하기보다는 “특정 시간대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조금만 배려해달라”고 먼저 얘기하는 방법도 좋지 않을까.
코로나로 이웃간 교류와 소통이 줄고 삶마저 팍팍해진 요즘, 양보와 배려마저 없어진 것 같아 씁쓸하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