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미술 ‘큰 족적’ 5人 작품 한자리에

서정아트센터 울산분관
내일부터 ‘오색동심’展
박생광·김환기·이우환 등
거장들 원화 35점 전시

2021-01-18     홍영진 기자

박생광(1904~1985), 김환기(1913~1974), 박래현(1920~1976), 이우환(1936~), 이춘환(1956~).

한국 근현대미술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미술작가 5인의 원화를 감상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전시 작품 수는 35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들 작가의 원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울산의 한 민간 갤러리에서 열린다.

서정아트센터 울산분관이 20일부터 2월22일까지 ‘오색동심(五色動沈)’전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 ‘오색동심’은 다섯오, 빛색, 움직일동, 마음심을 조합한 것이다. ‘각기 다른 다섯가지 색의 작가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다’라는 의미다.

부제는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원화’전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20세기 한국 화단의 거장들이 아름다운 색채와 구도로 울산 시민들의 심미안을 충족시키는 한편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활기와 생명력을 안겨준다.

박생광은 우리의 샤머니즘·불교 설화·민화를 소재로 진채(塡彩)를 사용한 채색화를 그려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유학, 모색, 실험시기를 거쳐 마지막 독창적 화풍의 정립시기로 구분된다. 정점에 올랐던 1980년대 전후로 오방색을 사용한 강렬한 색채 등으로 초기의 일본화적 경향을 벗어나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 한국적 회화를 현대적 조형성으로 표현했다고 평가된다.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1세대다. 일본, 프랑스, 미국 등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 근현대 미술을 세계에 알렸다.

국내에서는 이중섭, 장욱진, 백영수, 유영국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 일본을 통해 들어온 아카데미즘을 거부하고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화 시키고자 했다.

그의 예술은 1956~1959년 파리시대와 1963년에서부터 작고한 1974년에 이르는 뉴욕시대로 크게 구분된다. 한국의 정서를 서정적으로 담은 그의 작품은 한국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근간을 이루는 주춧돌이 되었다.

박래현은 한국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다. 전통 동양화를 탈피하여 대담하고 감각적인 화면 분할과 아름다운 색채 구현이 두드러진다. 일반적인 삶의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으며 소재에 대한 사실주의적 묘사에서 벗어나 입체주의에 대한 탐구를 통해 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할했다.

섬세한 감각과 타고한 색감으로 작품의 미학적 완성성을 이끌었다. 1950년대는 극히 일상적인 시정 풍경이 주요 소재였으나 1960년대로 접어들며 순수 추상의 세계로 한층 깊어졌다. 그는 운보 김기창의 아내이기도 하다.

일본의 근대미술운동인 모노하(物波)를 주도한 이우환 작가는 니혼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사물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몰입하게 된다.

이우환의 대표연작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에는 붓에 물감을 묻혀 없어질 때까지 점과 선을 그려 존재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도 전시를 열며 세계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이우환 공간이 부산시립미술관에 있다.

이춘환은 서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한국화에 접목한 중견 한국화 작가다. 문인화와 수묵화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산의기운’ ‘달항아리’ 등 반구상을 거쳐 ‘빛+결’에서 완결된 추상성을 보여준다. 특유의 마티에르가 특징인 이 작업은 과감한 색상의 선택과 대비로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의 아들 이대희씨는 부친의 호를 딴 서정아트갤러리를 서울(압구정동·상암동)에서 운영하며 한국미술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지역으로의 확장을 꾀하며 울산 분관(울산 남구 삼산로 269·9층)을 개관했다. 문의 1644·1454(연결번호 3번).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