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서 일본근대화가 앞선 까닭은
노경희 울산대 교수 번역한
새책 ‘에도의 독서열’ 출간
18세기 이후 일본 에도시대
대중들의 독서실태·방법 소개
2021-01-24 홍영진 기자
18세기 이후 에도 후기에 사서(四書)를 비롯한 유학 경전에 히라가나 해설을 붙인 <경전여사(經典余師)> 시리즈가 크게 유행했다. 이는 스승에게 전통적인 한문 읽기 방법인 ‘소독(素讀)’을 배우지 못한 서민들도 책을 통해 독학으로 유학을 배울 길이 열렸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책 속에는 서적 향유와 관련한 일기나 장서 목록, 혹은 서적 구입에 관한 사료 등 개인의 독서 실태를 보여주는 미시적 자료들이 언급된다. 에도시대의 역사적 큰 흐름을 만들어 낸,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독서 활동이라 하겠지만 식자층의 증가, 배움에 대한 욕망, 시간과 물질적 여유 증가, 대중을 상대로 한 출판업의 발달 등이 어우러져 엘리트계층에 국한됐던 고급지식의 대중화를 이끌었음을 알려준다.
전통시대에 스승에게 나아가지 않고 ‘책’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 세상이 그 이전과 얼마나 다른 지는, 오늘날 SNS와 1인 미디어 등으로 집단 지성이 형성되고 새로운 문화가 펼쳐지는 것에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저자 스즈키 도시유키(鈴木俊幸) 동경 중앙대학 문학부 교수는 일본 에도시대 서적 및 출판문화사 연구의 권위자다.
번역은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가 맡았다. 노 교수는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일본교토대 중어중문학과에서 한중문학비교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경상일보에 ‘울산의 쟁이들’을 연재했다. 홍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