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이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하다니
2021-03-08 이재명 기자
이번에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5개 기업들은 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울산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지난 2015년부터 대기오염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했다.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량이 배출기준을 초과했지만 기준 이내인 것으로 꾸며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지 않도록 피하는가 하면, 먼지·황산화물 측정값을 법적기준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부과금도 면제받았다. 7년 동안 불법적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내뿜었으니 그 양만해도 엄청날 것이다.
이같은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은 제도적인 맹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감독 업무는 지난 2002년 환경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그러나 인력이 달리자 정부는 기업 스스로 또는 전문업체에 맡겨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자체 개선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한마디로 기업이 대행업체와 짜기만 하면 측정값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대기오염물질에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황산화물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대량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조사에서 밝혀진 미세먼지는 호흡기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으로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미세먼지 저감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의 하나다.
대기오염물질 수치 조작은 시민들에게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공해백화점’에서 ‘공해를 극복한 청정도시’로 이미지를 바꾸어가고 있는 울산이다. 이번 사건은 시민들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은 사건인 것이다. 더욱이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시망이 이토록 허술하게 방치돼 있는 줄 시민들은 몰랐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울산지역 산업단지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인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기오염물질 수치 조작을 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철퇴를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