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옛 언양터미널 구입, 먼저 구체적인 활용계획 내놓아야

2021-03-11     이재명 기자
울산 울주군이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 매입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군은 빠르면 추경 편성 이후 매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우선 열린광장으로 활용하다 울산시가 도시계획시설을 해제하면 ‘복합콘텐츠 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그 ‘복합콘텐츠 공간’이 무언지 아무도 모른다.

옛 언양터미널은 지난 1989년 문을 연 이후 서부권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다가 지난 2017년 10월 폐쇄됐다. 이 터미널은 28년 동안 언양장(현 언양알프스시장) 인근에 중심상권을 형성시킨 커다한 축이었다. 그러나 터미널을 운영해왔던 가현개발이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터미널을 폐쇄하면서 일대는 점점 쇠락해 갔다. 이후 지난해 6월 울주군이 해당 부지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활용 방안에 큰 관심이 쏠렸다.

현재 옛 언양터미널과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이 부지를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군은 부지를 매입한 뒤 우선 열린광장으로 활용하다 ‘복합콘텐츠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없다.

이선호 군수는 11일 열린 울주군의회 임시회에서 “KTX울산 역세권 개발과 복합특화단지 조성 등 울산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집중 육성되고 있는 언양과 삼남 일대가 울산의 제2의 도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언양 도심에 위치한 구 언양터미널 부지 또한 도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행정·인구·교통 등 환경적 요인과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고, 언양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복합콘텐츠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적 요인’ ‘다양한 계층의 요구’ ‘미래 비전’ 등 거창하고 요란한 수사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이에 앞서 울주군은 지난해 ‘2021년도 당초예산’에 부지 매입비 2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그러나 군의회는 명확한 활용 계획을 수립한 뒤 매입하라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의원들은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부지를 미리 사놓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자칫 큰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먼저 올려놓은 군을 질타했다.

이번 임시회에서도 이 군수는 아무 준비도 없이 부지 구입의사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활용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그냥 ‘주민 기대에 부응하는 사업’이라는 한 마디밖에 없었다. 부지를 매입하려면 먼저 용역을 하든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복합콘텐츠 공간’이라는, 주민들이 알아들 수도 없는 시설에 200억원 이상의 예산을 그냥 내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