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서로를 어루만지는 대화
말과 글은 그것을 듣고 읽는 상대방에게 큰 위안을 주기도 하고 아프게도 한다. 그런데 누구나 말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말을 적게 하면서 실수하지 않기는 쉽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만 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교사는 그 특성상 학생들과 만나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고, 학부모와 수시로 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로서 평소 바른 언어습관이 형성되어있지 않으면 자칫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기 쉽다. 물론 교단에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예로 말과 글에 대한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서적이 몇 년 전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랫동안 올랐다.
울산시교육청은 몇 년 전부터 ‘비폭력 대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를 만들려고 했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폭력 대화 연수를 개최하고, 평화로운 학급공동체 운영학급도 확대했다. 또한 가해자 처벌 위주의 생활교육에서 피해자 치유 위주의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교육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심리학자 로젠버그(Marshall B. Rosenberg)가 보급한 ‘비폭력 대화’는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의 관계에 도움을 준다. 비폭력 대화는 단순히 좋은 말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또 갈등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갈등이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는 가정하에 자신과 타인의 욕구(Need)를 서로 존중하고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지 도와준다.
필자도 담임교사가 될 때마다 학생끼리 따뜻한 말을 주고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했다. 먼저 조종례 때 학생들과 함께 배려의 의미를 담은 인사말을 사용했다. 또 특정 학생을 한 명씩 정해 모든 친구가 격려하는 말을 해주는 ‘칭찬샤워’도 정기적으로 했다.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비폭력 대화를 습관화하는 일명 ‘마음새법’대화법을 학생들과 실천했다.
과거의 학교폭력은 주로 신체 폭력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 신체 폭력에 대한 위험성을 지속해서 강조하다 보니 신체 폭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사이버폭력, 사이버 성폭력, 언어폭력 등 지능적, 정서적 유형의 폭력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능적, 정서적 유형의 폭력도 작은 말실수나 언어전달의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수록 평소 공격적인 말, 비난하는 말, 평가하는 말 대신 배려와 공감으로 다가가는 말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마음을 온전히 주고받는 비폭력 대화가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다. 교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언어철학자 이규호 박사는 <말의 힘>에서 ‘언어는 우리의 삶의 세계를 밝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람됨도 역시 언어를 통해서 이룩된다.’라고 했다. 가족끼리 따뜻한 말을 언제 해보았을까? 동료나 자녀에게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일까?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 주는 말을 할 가능성이 크다. 가정에서도 자녀와 함께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열린 마음으로 공감하는 대화를 시작했으면 한다.
윤한성 외솔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