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부·장, 공정 그리고 3D프린팅
우린 작년, 재작년 일본과의 무역 분쟁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당시 일본은 반도체산업에 필수적인 불화수소 등 핵심소재를 갑자기 수출 중단하면서 우리 산업을 압박하였다. 다행히 산·학·연·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한고비는 넘겼지만 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소부장은 모든 산업에 근간이 되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기술 자립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이를 주도하는 나라에 종속되는 것이다. 3D프린팅은 4차 산업 제조혁신분야에 가장 선두에 있는 혁신기술이자 바로 이 소부장의 집결체라 할 수 있다. 이 3D 프린팅 기술을 소부장 순서대로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공정(Process)’에 대해 기술해보고자 한다.
소재분야를 먼저 살펴보면 3D프린팅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는 금속, 고분자, 세라믹 3대 소재가 다 사용될 수 있으나 실제 사용하는 소재는, 프린터에 따라 상당히 제한적이다. 금속 3D프린팅에서는 고도로 정제된 구형(Spherical shape)의 약 20~100㎛ 크기(머리카락 두께: 약 100㎛)와 레이저와 반응성이 좋은 금속분말 만을 사용해야한다.
이런 이유로 3D프린팅 금속분말은 상당히 고가(高價)이다. 3D프린팅용 금속분말 제조기술은 미국, 독일,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기술독립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부품분야에선 3D프린팅은 최고의 공정이자 부품제작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의 외형과 내부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쉽게 제작해 낼 수가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완구·의료, 자동차·항공분야 등 거의 모든 실생활 및 산업분야에 적용가능하다. 3D프린팅은 고분자 소재를 이용(FDM 장비 이용)하는 저가의 제품부터 고가의 대형 우주항공부품(PBF, DED 장비 이용)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3D프린팅은 특정분야의 기술이 아닌 모든 분야의 공정기술인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은 장비기술 그 자체이다. 즉 3D프린터가 없다면 이 기술은 응용 불가능하다. 3D프린팅은 수작업이나 간단한 장비로 할 수 없다. 고출력의 레이저를 장착하고, 정밀SW로 제어되는 자동화장비이며 상당히 고가이다. 이런 점에서 최고의 레이저기술과 정밀제어기술을 확보한 미국, 독일, 일본이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몇몇 업체가 3D프린터 국산화에 성공하였으나, 아직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지는 못하고 있다. 이유는 레이저기술이 아직 부족하고, 장비와 소재 연계, 즉 국산소재와의 연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부장에는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지만 ‘공정’이라는 핵심요소가 숨어있다. 수많은 기술적 노하우가 들어가 있다. 이것을 재료공학에서는 ‘공정’이라고 한다.
같은 소재와 같은 장비를 사용해도 공정이 다르면 최종제품의 특성은 완전 다르다. 가열시간, 온도 등과 작업자의 섬세한 손길 등에 의해 품질이 천차만별이란 뜻이다.
미국 온라인마켓 ‘아마존’에서 ‘영주 대장간 석노기 장인의 호미’는 다른 어떤 호미보다도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다. 공정을 완전히 이해한 장인의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공정개발의 중요성은 바로 최첨단 3D프린팅 장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적의 원료소재, 레이저파워, 적층방식과 분위기 등을 알아내지 못하면 고가의 3D프린터는 그냥 고철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바로 공정을 정확하게 알아내야 한다는 뜻이며 당연히 영주대장간 석노기 장인과 같은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대학원에는 ‘금속 3D프린팅 고급인력 양성과정’의 석박사 정규과정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3D프린팅 업체에서 바로 생산 및 품질관리를 할 현장(학사급) 인력이 부족하다. 지난 2월 개소한 ‘3D프린팅 벤처집적 지식산업센터’와 ‘울산산학융합캠퍼스’가 최고의 장인들과 제품들이 만들어내는 국내 최고의 3D프린팅 대장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진천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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