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해안산책로 준공 2개월만에 태풍에 ‘와르르’
구암~당사마을 1.3㎞ 구간
야자매트·바닷길 조립교 설치
해안가 특성 감안않고 공사
경계석·야자매트 등 유실돼
태풍·높은파도에 재발 가능성
유실방지 근본 대책 마련 지적
2019-09-25 정세홍
25일 찾은 북구 구암마을 공영주차장 입구. 이곳은 북구가 지난 7월 구암마을에서 당사마을을 잇는 해안산책로를 만든 곳이다. 북구는 10억5000만원을 들여 관광객들의 통행로 확보를 위해 야자매트와 바닷길 조립교를 설치하고 경계석을 깔아 총 1.3㎞의 해변 산책로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날 찾은 산책로는 마치 폭탄을 맞은 듯 엉망진창이었다. 산책로 한 가운데 평상이 있고, 바닷가에서 떠밀려온 각종 부유물과 나뭇가지 등이 모래바닥에 나뒹굴었다. 또 걷기 편하기 위해 깔아놓았던 야자매트는 모래바닥에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접혀 있었다. 야자매트를 깔기 위해 산책로 양 쪽에 쌓은 경계석은 높은 파도에 대부분 유실됐다. 일부 경계석은 모래바닥에 힘 없이 매몰돼있기도 했다.
산책로를 따라 100m 정도 좀 더 따라가보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산책로에 깔렸던 야자매트는 모래와 접힌 채 한쪽 바닥에 내팽개쳐져있고 산책로 한 가운데 경계석이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경계석은 대부분 파도에 유실된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해안가인 이곳 구간이 태풍이나 파고가 높은 날씨에 설치한 각종 시설물이 또다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거다.
구암마을 한 주민은 “해안산책로를 조성하면서 해안가인 특성을 감안, 바람이 불고 태풍이 오면 쓸려나갈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면밀한 준비 없이 사업을 진행한 것 같아 아쉽다. 결국 3개월도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안산책로 전체 구간 중 야자매트는 3구간에 설치됐고 경계석은 공영주차장 입구 약 120m에 야자매트와 함께 설치됐다. 이번에 태풍에 유실된 야자매트와 경계석에 투입된 예산만 총 2000만원이 넘는다.
북구 관계자는 “산책로 시설물 피해는 파도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북상한 다른 태풍보다 이번에 유독 파고가 커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구조상의 문제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존처럼 복구를 했을 땐 또다시 태풍 등에 의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다른 형태의 해안산책로로 복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