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동학대 예방은 이웃의 따뜻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2021-03-25 이재명 기자
이번에 울산시가 울산경찰청과 함께 ‘아동학대 예방 및 위기아동 보호 계획’을 수립한 것은 시기적으로 유효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최근 서울 양천구에서는 16개월 아동이 세 차례의 사전 신고에도 불구하고 무참하게 숨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울산에서도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특히 울산에서는 보육교사가 아동을 학대하는 사건이 빈발해 전국적인 이목을 끌기도 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울산시와 울산경찰청이 이번에 발표한 학대 예방 항목을 나열해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 아동정서돌봄시스템 사업 확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보강, 아동보호팀 신설, 아동학대예방 협의체 구성, 학대전담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관 직위 부여, 학대피해아동쉼터 확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경찰서장의 직접 지휘감독, 울산경찰청내 아동학대특별수사팀 신설 등이 있다. 이같은 예방대책들이 앞으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딱딱한 제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대받는 이웃의 아동을 돌보는 관심과 사랑이다. 이번에 울산시는 지역내 편의점 1008개소를 ‘아동안심편의점’으로 지정했다. 결식·학대 위기아동이 편의점을 방문하면 편의점 근무자가 112에 신고한 뒤 아동에게 도시락, 과자 등을 준 후 경찰 도착시까지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내용상 그럴듯 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제도다. 편의점 근무자가 바쁘다고 아동을 받아주지 않으면 그 뿐인 것이다.
알다시피 아동학대 예방의 가장 큰 걸림돌은 폐쇄적인 가정문화였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정사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관례 때문에 이웃에서 비록 가정폭력이 일어나더라도 간섭하지 않았다. 여기다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있다. 자기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생각에서 다소간의 학대를 용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국 통계를 보면 지난 2018년 738건에서 2019년 804건, 2020년 1118건 등으로 증가했다. 아동학대자들은 대부분이 친부모였다.
이제 아동학대가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라는 것을 다시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동학대의 예방과 발견은 이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의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널리 인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