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골프, 구력에 대한 관점

김영하 프로의 '더 나은 스윙, 더 나은 골프'

2021-03-30     서찬수 기자

미국 사람들과 라운드 하기 전 습관적으로 날씨 이야기도 하고 인사겸 구력을 물어보는데 영어로 구력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야 했다. 그들은 구력을 ‘Length of Play’ 또는 ‘Years Playing’이라 표현 하는데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단순히 플레이를 시작한 기간을 말하는 의미로 서양인들은 구력을 이해하는듯 보였다.

구력을 물어보는 것은 상대방의 골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다. 구력이 길고 짧음에 따라 한국 사람들은 자신과 비교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로 구력이란 공을 다룬 경력을 말하지만 골프에서 구력이 있다는 것은 스윙 기술뿐만 아니라 필드에서 선택과 판단의 오류가 적고 게임의 경험적 데이터가 탄탄함을 갖췄을때 구력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000일 동안 칼을 담금질 하고 1만일 동안 갈고 닦아 숙성된 내공이 있어야 자신의 골프 구력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관점이다.

구력이 길면 당연히 ‘골프를 잘치겠지’라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구력이 십수년 되었음에도 기본기에 대한 담금질과 단련이 부족해 구력이 얼마 안된 사람들과의 라운드에서 비애를 맛보기도 한다. 늘 장타였고 늘 잘 쳤는데 어느 순간 써클에서 바뀐 순위와 환경에 멘탈이 무너지기도 한다. 구력이 오래 되어도 스코어가 들쭉날쭉 한다거나 자신의 스윙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골퍼들도 의외로 많다. 구력이 있어야 터득되는 골프게임의 변수들이 많듯 차원이 높은 구력의 의미는 안정적인 심리, 기술, 체력, 게임 전략 등이 수준급에 있을 때이다.

한 세월 구력만 믿고 볼을 치다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도구인 자신의 몸(근력과 유연성=파워와 가동성)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순간 비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흔한 실수, 잦은 OB, 뒷땅, 헤저드, 탑핑, 쓰리퍼팅, 포퍼팅 이런 부분은 구력이 짧은 골퍼들이 내 스윙의 정의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오는 실수들인데 구력이 긴 골퍼들이 이런 실수가 자주나온다면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오랜 구력의 골퍼라도 기본기 탄탄한 초급 골퍼를 이기지 못한다.

연습을 꾸준히 해도 발전이 없다면 자신의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아야 한다. 주변에 좋은 교습가를 만나 기술적인 부분과 체력적인 부분도 체크해 보거나 자신의 구력 만큼 자신을 통제하고 컨트롤 하며 게임 내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심리적인 부분도 체크해 봐야 한다. 게임하는 방식을 필드 매니지먼트 교습을 통해 체크해 강점과 약점을 찾아내 변화 시켜야 한다. 큰 변화보다 반복되는 미스샷 줄이기를 목표로 기본기 체크와 원리를 다시 정립하는 기간을 두고 정진한다면 자신감을 회복 할 수 있는 것이 골프다.

한평생 골프와 티칭 분야에만 종사한 대가에게 ‘구력이 얼마나 됩니까?’라고 물어보니 ‘60년 정도 된다고’했다. 그와의 교정 레슨 시간은 늘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고 보람되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최고의 교습가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천천히 천천히 기본기를 다져라”고 조언을 했다. 자신의 구력이 10년 이상된 독자들이라면 골프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골프스윙에 정의를 내리고 사려깊은 조언을 할수 있는 구력을 쌓아가자. 김영하 파크애비뉴(선암동) 책임지도프로 PGA CLASS A·USGTF 마스터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