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소통 없는 처방전
오른쪽 어깨가 살려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통증이 팔 전체로 저며들 기세라 병원을 찾는다. 명의(名醫)는 엑스레이로 스캔한 모니터 자료를 주시하며 이러저러한 이유로 여기저기가 아플 것이다라며 장담한다. 자신이 판단한 대로 환자의 빠른 진료와 치료를 위해 처방을 내린다. 통증이 잦아들지 않으면 다른 처방도 내리겠노라 한마디 덧붙인다. 오랜 임상경험으로 다져진 의사 선생님의 더 물을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진단이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더해진다. 소통 없는 처방전만 묵묵히 받아 들고 병원을 나선다.
울산시교육청은 ‘40년 이상 낡음’의 큰 통증을 지닌 학교 건물을 대상으로 ‘울산다움(Dream·Agency·Unity·Mutualism)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조성’이라는 처방전을 발표했다.
공간혁신(Dream: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유연하고 다양한 공간)을 넘어서 스마트교실(Agency: ICT 기반 스마트 학습환경), 학교 복합화(Unity: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거점), 그린 학교(Mutualism: 지속 가능 환경생태교육의 장) 4가지 핵심 요소를 담아 ‘모두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미래학교’의 처방을 담고 있다. 노후학교를 디지털(스마트), 그린(친환경) 융합형 환경으로 재건축과 개축을 하게 되며, 사용자 참여설계를 통해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유연한 공간혁신과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시설 복합화가 핵심이다.
우리 중남초등학교는 1968년에 지어진 본관동을 사용하고 있다. 울산다움(DAUM)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신청 대상학교로 지정된 이유다. 기획팀에서 ‘그린 학교’ 부분을 맡아 사업 신청서를 작성하고 검토하면서 가장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사용자 참여설계이다. 사용자 참여설계는 학교공동체, 마을 공동체 간의 소통을 주춧돌로 삼고 있다. 공간을 사용할 주체인 학교공동체와 지역민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는 문제, 서로가 필요로 하는 공통분모를 효율적으로 조정해 가야 하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뒤따른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우선인 교사로서 더 크게 다가오는 통증도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단위학교에서 이 녹록지 않은 업무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 이다.
울산다움(DAUM)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는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성장해 갈 학교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처방전이 될 것이다.
처방전은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증상에 따라 약을 짓는 방법이다. 처방전에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 통증과 증상을 호소하는 일선 교사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건축물은 물리적 투자가 있어야 큰 구조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여러 방면에서 접근하고 더 많은 시간을 두고 숙고해서 노력해 공동의 과제로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