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벚꽃이 말하는 기후변화

2021-03-31     경상일보

예로부터 절기상 경칩(3월5일께)에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고 특히 개구리가 첫울음을 운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절기를 알아본 듯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깼지만, 10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는 두 절기가 앞선 입춘(2월4일)보다도 더 빨리 개구리가 잠에서 깨고 산란을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동물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식물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의 경우 벚꽃이 1922년 벚꽃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00년만에 가장 일찍 폈다. 지난해 역시 3월27일에 관측 이래 가장 일찍 벚꽃이 폈는데, 올해는 이보다 사흘 먼저 꽃망울을 터트린 것이다. 평년(1981~2010년 30년 평균)보다는 무려 17일이나 이른 셈이다. 지난 겨울 한파와 폭설이 잦게 나타난 듯 하지만, 월 평균적으로 봤을때 2월과 3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일조시간도 평년보다 많았기 때문에 따뜻한 날씨에 벚꽃이 봄을 더 일찍 알아차린 것이다.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압과 습도, 풍속 등 여러 기상요소를 관측해서 일기를 예측하지만, 봄꽃이나 벚꽃, 단풍의 개화시기를 예측하는 것과 같은 계절관측의 방법도 있다. 식물의 발아나 개화, 단풍 혹은 동물의 출현이나 울음소리, 산란 등은 계절 변화에 따라 그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기상관측이 과학화되기 이전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식·생물들의 변화를 유용한 기상관측의 지표로 삼았다. 기상과학이 발달한 현재도 기상청에서는 계절관측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계절의 빠름과 늦음, 지역적인 차이 등을 합리적으로 관측하고, 통계를 내고 분석하면서 기후변화의 추이까지 총괄적으로 파악하는데 계절관측은 아주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주변에 예사롭지 않은 날씨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한파와 폭설, 강도 높은 황사에, 초강력 태풍,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살아있는 동식물들도 기후변화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막아야하는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봄이 아닌 봄에 꽃이 핀 벚꽃을 보며 다시 한 번 새겨야 한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