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1)]허물을 지적받는 즐거움

2021-04-01     경상일보

사람은 누구나 허물을 가지고 있다. 위대한 정치지도자나 존경받는 학자까지 허물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허물이 있는 것은 흠이 아니다. 흠은 허물의 존재 유무에 따른 것이 아니라 허물을 고치느냐 마느냐에 있다.

사마천의 <사기> ‘중니 제자 열전’은 공자의 제자 77명에 관한 내용을 싣고 있다. 77명 중 한 명에 자로가 있다. 자로는 공자의 제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안회나 자공 못지 않게 많이 언급되는 제자이다. 자로는 공자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일을 잘 헤아려 사리에 맞게 하는 것이 없다.”라는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 자로가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10인을 뜻하는 ‘공문십철(孔門十哲)’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공문칠십이현(孔門七十二賢)’의 한 사람으로 공자의 사당에 배향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자로에 관해서 맹자가 한 말, “자로는 사람들이 자기의 허물을 말해주면 기뻐하였다(子路人告之以有過則喜).”에서 찾을 수 있다.

허물을 듣고 고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자로는 그것을 기뻐하기까지 하였다. 주돈이는 “자로는 자신의 허물과 잘못에 대해서 듣기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훌륭한 명예가 무궁하였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허물과 잘못이 있어도 남이 바로잡아줌을 기뻐하지 않는다. 마치 병을 숨기고 의원을 꺼려, 차라리 그 몸을 멸망시키면서도 깨달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 아! 슬프다.”라고 하였다.

정자는, “자로는 사람들이 그에게 허물과 잘못이 있음을 말해주면 기뻐하였으니, 또한 백세의 스승이라 할 만하다.”라고 하였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아무리 뛰어난 한 명의 지혜도 일만 명의 지혜보다 나을 수 없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허물은 고쳐야 하며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나의 허물에 대한 다른 사람의 지적을 기쁘게 받아들인 자로의 태도는 매우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은 점을 찾아서 그것을 남에게 드러내려고 한다. 반면에 자기의 허물을 찾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기의 허물을 말해주면 자존심 상해하고 기분 나빠한다. 선(善)도 허물도 드러낼수록 준다. 그런데 허물은 줄수록 좋은 것이고 선은 늘수록 좋은 것이다. 정약용은 “예로부터 성현(聖賢)들은 모두 허물 고치는 것을 귀하게 여겼고, 허물을 고친다면 애초에 허물이 없는 것보다 낫다.”라고까지 하였던 것이다.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후보들의 외침이 쏟아진다. 그런데 온통 네거티브다. 서로가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공격한다. 자신의 허물을 지적받으면 기뻐했다는 자로가 그립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