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시숲 조성에 앞서 생태 우선하는 도시계획 수립해야
2021-04-05 이재명 기자
그러나 지금과 같은 도시숲 조성 정책은 한계가 있다. 울산시는 미세먼지 차단 숲, 도시 바람길 숲 등 각종 숲을 도심 곳곳에 조성하려 하고 있지만 도심 면적과 수목의 식재 면적 등을 감안했을 때 그 효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도심을 답답한 공간으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특히 울산의 경우 도시계획이 처음부터 잘못 수립된데다 국가산업단지가 밀집돼 있는 곳이어서 열섬현상이 심각한 곳이다. 석유화학단지의 경우 여름철 기온이 40℃를 넘는 경우가 흔하다.
울산시가 이번에 발표한 분야별 도시숲 조성계획은 반드시 해야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기존의 도심에 도시숲을 조성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는 반드시 생태도시를 감안한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대규모 택지나 공장단지를 조성할 때는 숲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다. 업자들이나 지자체는 한뼘이라도 건물을 더 짓고 가급적 도로를 좁게 만드는데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삭막하고 복잡한 도시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최근 발표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를 보면 서울 도심지보다 도시숲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6.4㎍/㎥ 낮게 나타났다. 2월 기준으로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하면 도시숲은 17.9㎍/㎥, 도심지는 34.3㎍/㎥로 조사됐다. 서울과 울산을 함께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도심 초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도시숲을 최대한 넓게 확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울산시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가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양은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크기인 연간 35.7g이다. 경유 차량 1대가 연간 미세먼지를 1680g을 배출하는 것을 고려하면 나무 47그루가 차량 1대의 미세먼지를 없애는 꼴이다.
송철호 시장은 이날 도시숲 조성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더 중요한 것은 도시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도시를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