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중소규모 화랑의 약진 돋보였던 전시
부산 화랑 40·해외 13곳 등 176개 화랑서 4천점 선보여
신진작가 감성 돋는 소품들
부담없는 가격에 내놔 인기
미래형 미술도시 준비 울산
인프라 구축 등 재점검해야
부산화랑협회가 마련한 2021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이하 BAMA)가 11일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부산지역 화랑만 무려 40곳, 도쿄 미즈마 등 해외 화랑 13곳 등 176개 화랑이 참가해 4000여 점 작품을 보여줬다.
10년째를 맞았던 올해 BAMA는 일반인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고, 미술애호가의 지갑을 열게 했으며, 인지도 높은 작가군을 앞세우며 규모와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장 초입은 내로라하는 굴지의 갤러리들이 포진해 있었다. 풍선공예를 연상시키는 제프 쿤스를 비롯한 해외 작가의 설치미술과 회화 앞은 정체를 빚을 정도로 언제나 붐볐다. 오세열 작가의 작품은 학고재 이외 다수의 갤러리 부스마다 등장해 식지않는 인기를 실감케 했다. 2년 전 부산점을 개소한 국제갤러리는 줄리언 오피의 대형 작품을 내세 워 분위기를 압도했다. 다만, 최근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인이 설립한 조현화랑은 최상급 자리에 부스를 차려놓고도 단 한명 작가의 작품만 단촐하게 전시했을 뿐 판매행사는 일체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직자의 가족이 고가의 미술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일각의 비판 수위가 너무나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중소규모 화랑의 약진이 돋보였다. 간판급 화랑에 비해 작가의 인지도와 작품 구성력에 너무나 큰 차이를 드러냈던 예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 아닐 수 없었다. LUV갤러리(서울)는 미술품 구매 입문자들 구미에 맞추어 신진작가의 ‘감성 돋는’ 소품을 저렴한 가격(15만원)에 대량 내놓았다. 지앤(울산)·월갤러리(울산)의 공동 부스는 배자명, 김유경, 라상덕, 김유리, 서민규, 신연숙, 정민수, 김근숙 등 울산작가들을 대외에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명과 색상을 고려한 공간 분할과 아트북 전시까지 병행, 미술전공자와 전시기획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얻었다.
리뷰 내내 느낀 점은 주최측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도시인프라의 든든한 뒷배경이야말로 한 도시의 국제행사를 안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다. 시립미술관 개관, 디지털아트 비엔날레 등 21세기 미래형 미술도시를 목표로 한 울산은 과연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 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울산컨벤션센터 개관으로 장소문제가 해결됐다며 가칭 울산국제아트페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공공미술 영역과 달리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미술 거래장이다. 판매행위의 당사자인 민간 화랑과 컬렉터층이 얼마나 두텁게 형성돼 있는지가 승패의 관건이다. 부산처럼 10년 세월을 버텨 낼 인적 구성이나 구매 잠재력이 우리 시 안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일임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