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울산(박상진)역’ 제동, 공단의 유연한 사고 아쉽다
2021-04-22 이재명 기자
철도역은 역사성과 장소성을 대변한다. 철도는 한번 놓여졌다 하면 수십년 또는 수백년 동안 이용된다. 또 철도역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름이 이어져 오고 그 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별과 만남이 매일 매일 이뤄진다. 그런 면에서 철도역의 이름은 신중하게 지어야 한다. 철도역 이용자의 편에서 어느 명칭이 더 부르기에 편리한 지, 그 역(驛)의 역사와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야 한다.
북구는 이번 ‘북울산(박상진)역’이라는 역명을 정하기 위해 올해 초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3000여건이 넘는 의견이 제출됐으며, 북구는 이를 토대로 지명위원회를 열어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역명을 결정했다. 역 명칭에 들어간 박상진(1884.12.7~1921.8.11) 선생은 울산 송정동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로, 일제강점기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역임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독립운동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가 인근에는 송정박상진호수공원 등 관광 자원들도 많다.
그런데 이번에 철도공단은 주민들의 뜻을 담아 신청한 역 명칭 ‘북울산(박상진)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철도공단은 지난 16일 공문을 통해 북구가 제출한 ‘북울산(박상진)역’이 ‘철도노선 및 역의 관리지침’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역명의 글자 수가 6자를 초과했으며, 현재 해당노선은 일반철도노선으로, 역명의 부기·병기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칭 송정역은 이미 광역철도 연장운행이 예정돼 있는 곳이다. 올해 국가예산에 포함돼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공단이 현 시점에서 일반철도 노선임을 자꾸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역명칭에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은 그 근거가 무언지 궁금하다.
역사명 선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철도공사 등 철도시설관리자나 울산시·북구청 등 행정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역명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결정한다. 북구청은 역명칭을 ‘북울산박상진역’으로 수정해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박상진 의사의 이름을 뺀 역명은 상상할 수 없다. 철도공사의 유연한 사고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