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칼럼]울산시의회의 역할과 책임

지방의회의 역할 제고 위해
정당공천제 조속 폐지하고
직접민주주의 방식 확대를

2019-11-11     경상일보

지방의회는 헌법에 설립근거를 둔 기관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18조는 지방의회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지방의회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방의회는 조례제정, 예산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 지방정부의 행정활동을 견제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하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지고 있다. 최근 들어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이 논의되고 있어서 지방의회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기대 이하이다. 지방의회가 구성된 지 벌써 30여년이 다되었지만 여러 문제점들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어떤 제도든지 30여년이 되면 학습효과를 통해 부정적 요소는 걸러지고 긍정적 요소는 강화되어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발전되는 것이 상례인데, 우리의 지방의회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이번 제7대 울산시의회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의원들 간의 다툼, 폭력행사, 전문성 부족 등 시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지방의회는 지역주민들의 대표기관이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안을 발굴하여 이슈화하고 주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선도해야 한다. 이른바 정책주창자(policy advocate)로서의 역할이다. 또 주민들의 대표기관으로 집행부를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집행부의 불필요한 지출, 무리한 정책추진을 견제하여 주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수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울산시의회가 울산발전에 필요한 정책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결정한 적이 있는가, 더 나아가 집행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여 설익은 정책을 중단시키거나 예산감시를 통해 주민들의 재산을 제대로 지킨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시민들은 아마도 극소수일 것이다.

지방의회가 현 상태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 지방분권이 강화되어도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지방분권을 통해 입법권과 재정권 등이 지방정부에 이양되는 경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 바로 지방의회이다. 그런데 과연 지방의회가 입법권 행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 철저한 예산 심의를 통해 주민들의 세금을 지켜줄 수 있는가, 더욱 강력해질 단체장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지방의회는 울산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의회의 제대로 된 역할을 의원 개개인들의 노력에만 맡길 수는 없다. 지방의회의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울산지역을 고려하면 다음 두 가지가 중요하다. 우선 지방의회의원 후보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울산에는 세계적인 기업에 몸담고 글로벌 경쟁을 경험한 사람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당운영의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이런 새롭고 유능한 인물이 들어갈 틈이 없다. 기존 지역정치의 틀을 벗어나 인적쇄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가 하루 빨리 폐지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주민의 대표로서 시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으므로 주민들이 직접 나설 수 있는 공간을 넓힐 수밖에 없다. 주민들에게도 조례발안권이 부여되어야 하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시의원들을 제재하기 위해 주민소환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 시의회 의원들이 당파적 이해를 버리고, 지방의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오로지 지역주민들의 이익만 생각하며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시의회에서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가 열리는 정례회의 일정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울산시의회가 헌법에 설립근거를 둔 기관답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