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포스트 코로나 단상

코로나로 인한 물리적 관계 단절에
설문조사서 70% 코로나 블루 경험
디지털 만능의 한계를 시사하는듯

2021-04-29     경상일보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1년 6개월,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사람들, 병원의 의료진, 그리고 정상적인 일상을 빼앗긴 다수의 시민들이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19와 우울감이 합쳐진 신조어)’로 힘들어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언택트(Untact: 접촉하다는 Contact에 부정의 의미인 Un-을 합성한 말) 개념을 핵심으로 한 비대면 IT기술이 다양한 변화를 가져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동영상, 게임, 핀테크 등의 영역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이커머스의 택배 배달서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집에서만 생활하는 ‘집콕족’의 증가에서 비대면 소비 확산이 주된 요인이라 할 것이다. 전년 대비 약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모바일 쇼핑이 점점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택배 배달서비스 기반의 국내 쇼핑몰인 쿠팡이 뉴욕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국내 물류 시장에 일대 변혁이 일고 있다.

대기업, 벤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의 확산에 따른 화상회의가 일반화되고 있다. 줌(Zoom), 팀즈(Teams), 슬랙(Slack) 등 화상회의 협업 플랫폼이 급성장을 하고 있다. 줌의 최고경영자인 에릭위안은 앞으로 화상회의 확산에 따라 사무실이 필요 없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로 촉발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이용자 수가 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넷플릭스, 왓차, 티빙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넷플릭스의 충격은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서비스 기업들인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KT, SKT, LG U+와 같은 통신회사들조차도 콘텐츠 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하였다. 지난해 ‘탈 통신’을 선언한 KT는 영상콘텐츠 제작 등 본격적인 미디어 콘텐츠 사업 투자전략을 발표하기에 이르러, 넷플릭스처럼 영화와 드라마 등의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앞으로 최소 1년 이상 지속되어 두세 학기는 더 인터넷 원격강의가 진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대학들은 예전부터 온라인 강좌의 확대를 추진해왔다. 지난 3월 대학 입학식에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순천향대학교가 대면 입학식 대신 가상의 입학식을 개최한 것이다. SKT의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본교와 유사한 맵을 구성하여 가상의 공간에 신입생들의 아바타가 참여하는 이례적인 입학식의 시도였다.

이미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Dynamite’ 안무 버전 영상을 게임 플랫폼인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을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콘서트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온 여타의 시도와는 달리, 참여한 플레이어들의 능동적이며 창의적인 참여가 가능한 또 다른 장이 만들어졌다. 이벤트성 콘텐츠 외에도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을 의미하는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함)가 가상회의, 교육, 마케팅·쇼핑, 의료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데, 메타버스, 글자 그대로 현실세계(Universe)를 초월하여 또 하나의 삶인 새로운 가상의 공간이 되었다.

한편, 이러한 언택트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 관계의 단절에서 출발한 만큼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성인남녀 8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거의 70%가 사회적 단절에 따른 우울증 현상을 말하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우울증이 심해지는 느낌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0%가 그렇다고 답했다. 모든 것을 디지털이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대면접촉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