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칼럼]벼랑끝으로 가는 울산 인구
청년층 탈울산으로 울산인구 위기
부산·경남에 인구 뺏기지 않으려면
정책 이끌 컨트롤타워부터 세워야
옛 속담에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이 언제 생겼는지는 몰라도 지방의 사람들이 서울로 꾸역꾸역 올라가려는 습성은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다. 출세를 하려면 임금이나 CEO 곁에 있어야 하고 그 임금과 CEO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이게 됐다. 대신 지방 소도시들은 사람이 하나둘씩 떠나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금 수도권만 있고 지방은 없는 이상한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울산 인구는 지난 2015년 119만971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곧바로 조선업 불황이 닥치면서 5년째 매년 5000~1만명씩 감소하고 있다. 지난 1960년대 울산은 인구 20만명의 조그만 소도시였다. 그러던 것이 1975년 36만명, 1985년 67만명, 1995년 97만명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국가공단이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이 때 울산은 ‘급할시’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의 팽창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2015년을 정점으로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울산에서는 5460명의 인구가 빠져나갔다. 지난해 1분기 때는 3924명이 빠져나갔다. 탈울산 인구가 1년만에 39.1%나 늘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매 분기별로 5000여명씩 빠져나간다면 올해는 2만여명이 울산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3월 현재 울산의 인구는 112만9254명이다. 산술적으로 6년이면 울산 인구가 100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 큰 문제는 청년층의 이탈이다. 1분기 전체 탈울산 인구 중 절반가량인 2293명이 20~30대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경기도와 서울 등지로 떠나고 있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 했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지난 2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에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를 받았다.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은 인접한 자치단체가 초광역권으로 협력해 지역균형뉴딜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40년까지 인구 1000만명, 경제규모 490조원의 초광역 도시권을 구축하자고 했다. 그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은 대한민국의 성공 전략’이라며 인구와 문화, 교육, 의료 등 많은 것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갈수록 아이낳기를 꺼려하는 이 시대에 인구를 늘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부산은 인구가 337만2399명으로, 1995년 388만3880명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남은 현재 333만463명으로, 지난 2017년 이미 정점을 찍었다. 울산은 현재 112만9254명에서 수직하강 중이다. 3개 시도의 인구는 다 합해봤자 783만2116명 밖에 안된다. 이처럼 가파른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와중에 2040년까지 인구를 10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하니 언뜻 이해가 안간다. 정부에 다른 어떤 복안이라도 있는 걸까.
동남권 메가시티는 ‘인구 대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게는 메가시티 안에서의 3개 시도간 인구 전쟁이며, 크게는 수도권의 인구를 동남권으로 대거 분산시키는 인구 이동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동남권 3시도 간에는 이미 ‘인구 뺏기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울산은 KTX울산역을 중심으로 한 서부권을 제2도심으로 정해 부산과 경남을 대상으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해운대와 기장을 최전선으로 삼아 울산 인구를 뺏아 가고 있다. 경남은 부산과의 접경지역에서 끊임없는 국지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울산에는 아직도 인구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삼국지로 치면 제갈공명 없이 전쟁을 벌이는 판국이다. 어떤 인구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것인지 울산시는 인구 책사(策士)부터 정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