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의 철학산책(28)]세네카의 행복 이야기
키케로와 함께 고전 라틴어의 표준적인 걸작을 남긴 세네카(Seneca, Lucius Annaeus). 그는 뛰어난 웅변술의 소유자였고, 위대한 작가였고,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로 황제와의 뒤틀린 관계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로마의 강대함, 권력의 달콤함과 허망함, 쾌락과 욕망의 극한을 모두 체험하고 엿본 세네카 역시 행복한 삶에 관심을 가졌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와 <행복한 삶에 관하여>에서 그런 고민의 결과를 남겨 놓았다.
세네카가 말하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우선 그는 당대의 인간군상을 예리한 필치로 묘사하면서, 헛된 욕심에 사로잡혀 시간을 소모하는 삶의 방식을 경계하라고 권면한다. 감각적 쾌락, 재산, 권력 등이 바로 헛된 욕심의 대상이다. 물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재산이 필요하다. 적당히 감각적 쾌락도 향유해야 한다. 세네카는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삶에는 행복이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재산이나 감각적 쾌락 등은 살기 위한 조건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일시적이고 더 큰 만족을 갈망하게 하는 감각적 쾌락을 절제하는 훈련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헛된 욕심을 추구하는 사람은 늘 자기 자신 외부에 있는 어떤 대상이나 목적에 온 신경이 쏠려 있기 때문에 내면을 돌볼 기회가 부족하다. 내가 주도적으로 내 삶을 가꾸어 나가고자 한다면, 나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세네카는 단지 내면만을 성찰해보라고 하지 않는다. ‘지성의 가족’과 만나야 한다고 권면한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뛰어난 통찰을 보여준 선인들이 남겨 놓은 저작들이 바로 그 지성의 가족이다. 그들을 통해 나의 정신은 방대한 과거의 정신적 유산과 연결된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통해 내 삶과 사회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단지 생존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며, 삶을 보다 건설적으로 꾸려나가는 순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코로나19로 힘든 누군가에게 세네카의 통찰은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남호 울산대 객원교수·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