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건강한 정원활용법

英 중앙정부 ‘사회적 처방’ 적극추진
정원관리, 질병 치료수단으로도 활용
장기적 관점 건강불평등 해소할 정책

2021-05-09     경상일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가 생활화된지 벌써 1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현재의 환경에 지쳐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도 자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자연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사실 도시화, 노령화 사회 등의 요인도 자연을 가까이 하고자는 동기였을 것이다.

영국의 자연청(Nature England)에 의하면 영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자연환경을 이용한 횟수는 2010년 29억회에서 2019년 약 40억 회로 38%정도가 증가했고, 이 중에서 도시의 자연공간 방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국립산림과학원, 2021). 비단 영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즐기고, 스트레스, 우울 또는 고독감 등 사회적 질병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찾고 있다. 기존 수목원, 식물원들은 도심 외곽에 대부분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주로 도심에 위치한 정원은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목적의 가드닝(Gardening, 사람들이 비상업적 용도로 식물을 재배하고 돌보는 활동) 프로그램을 정기적이고 주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가드닝은 자연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며, 많은 나라에서 즐기는 대중적인 취미이기도 하다.

가드닝의 유익함을 메타 분석한 데이터(2016)에 의하면 가드닝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기분장애 해소, 공동체 의식 함양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관찰됐다고 한다. 영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1차 진료기관과의 상담을 예약하는 환자 중 20%가 사회적,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일 1~5명의 환자가 고독감으로 인해 상담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런 진료기관에서는 10명당 1명꼴로, 매일 최소 6~10명의 고독감 및 사회적 고립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2016년 영국 보건부 예산의 3분의 2가 정신건강서비스와 같은 부가적인 케어서비스와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질환과 같은 상황을 관리하는데 지출되었다.

국민의 고독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중앙정부는 담당부처를 개설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ption)’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병원에서는 사회적 처방의 일환으로 ‘녹색처방(Green prescription)’을 공식적인 처방으로 인정하고 있다. 녹색처방은 정원과 정원활동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보통 원예치료는 치료사(Therapist)가 진행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가드닝 전문가(Gardener 또는 Horticulturist)가 전 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치료를 위한 가드닝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의 사례를 보면 잘 조성된 정원과 정원을 관리하는 기술은 의료기관의 사회적 처방을 통해 정신 건강부터 당뇨병에 이르기까지 질병의 치료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연환경에서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을 돕는다는 것이 정원에서 ‘사회적 처방’이 가능한 이유라고 한다. 이것은 에덴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영국의 PlantNetwork(수목원·식물원·정원네트워크)가 다루고 있는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사회적 처방’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건강과 잘 사는 것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제공한다. 정원에서의 활동 프로그램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의 새로운 관계형성을 돕고 활동 수위를 높이거나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들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정원이 장기적 관점에서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건강문제를 완화하고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원은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모든 연령층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며, 건강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적 수단이 될 것이다.

진혜영 국립수목원 정원연구센터장 태화강 정원박람회 조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