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건희 컬렉션’, 울산시립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을까
2021-05-11 정명숙 기자
그런데 개관도 하기 전에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삼성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 2만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전국 자치단체들은 앞다투어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은 물론, 심지어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의 연고까지 끄집어내 이건희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도 한다. 삼성가와 그닥 연고가 없는 울산도 조금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일단 숟가락을 얹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서진석 시립미술관추진단장은 11일 1488점을 기증받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해 윤범모 관장을 만났다. 현대미술관이 계획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의 전국 순회전시회 일정에 울산시립미술관도 포함시켜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8월부터 서울관에서 전시회를 가진 뒤 내년 전국 순회전시회를 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밝힌 대상 미술관은 전남도립, 대구시립, 광주시립 등 3곳이다.
국립미술관이 아직 개관도 하지 않은 시립미술관에 순회전시회를 하겠다고 약속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귀중한 미술품의 훼손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면 전시장의 시설을 정확하게 살펴야 한다. 미술관의 정체성에 걸맞은 작품들을 골라내는 일도 쉽지 않다. 섣부른 결정을 할 수가 없는 이유다.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한 다음 온도와 습도, 조명과 동선 등이 국립미술관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한다면 울산 순회전을 갖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한가지 더 중요한 요건을 꼽자면 개관전을 통해 울산시립미술관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다. 개관전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진다면 ‘이건희 컬렉션’의 순회전 유치는 훨씬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적 수준이다. 우리나라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명작들이 두루 망라된 것은 물론이고 모네, 고갱, 샤갈, 달리, 피카소, 미로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까지 포함돼 있다. 새출발하는 시립미술관에 대한 시민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순회전시회가 반드시 유치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