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42)]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2021-05-14     경상일보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극락교에 이르자 길쭉 솟아오른 탑이 나타난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마곡사 오층석탑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내는 연등으로 가득하다. 오층석탑도 오색등으로 둘러 싸여 있다. 우리 곁에 오신 부처님을 칭송하고 괴로움으로부터 해탈하여 행복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층 몸돌의 네 면에 새겨진 부처님의 둥근 광배가 오늘따라 은근하게 붉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연등처럼.

대광보전 앞마당에 있는 8.67m 높이의 석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상륜부이다. 청동 장식인 ‘풍마동(風磨銅)’이라는 특수한 제작물이 설치되어 있다. 티베트와 네팔 일대에서 발전한 라마교의 불탑을 축소해놓은 모양이다. 오층석탑 위에 또 다른 라마탑을 올린 독특한 형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고려 후기, 원나라와 문화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 라마교가 유입되어 불교에도 영향을 끼쳤다. 고려 금속공예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이 탑은 보물 제799호이다.

마곡사 오층석탑은 전체적으로 체감률이 적어 불안정하게 보인다. 몸체가 가늘고 길어 균형이 맞지 않는 듯하다. 그것을 보완하듯 정면 5칸 측면 3칸의 장중한 대광보전이 이국적인 오층석탑을 푸근하게 감싸 안고 있다. 이른 아침, 허리 굽은 노보살이 탑을 향해 경배를 올린다. 법당에 계신 비로자나불이 그 마음을 너른 품으로 읽어 내리시는지 오층 지붕돌에 하나 남아있는 풍경이 흔들린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희망과 치유의 장엄등이 서울광장에서 한 달 동안 불을 밝힌다.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원형으로 재현한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고 지친 사부대중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지혜의 칼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천년고찰 심검당 앞에 연등 하나 매단다.

절집을 나서면서 돌아보니 탑의 머리장식인 풍마동이 오월의 햇살을 받아 한껏 빛을 뿜어낸다. 앞으로 천년을 이어 산지승원을 밝혀줄 장엄등이다. 배혜숙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