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2주년 특집]코로나에 폐사 논란까지…잇단 악재에 돌파구 시급
울산은 고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래도시’다. 선사시대 반구대암각화에 새겨진 고래사냥 모습에서부터 1970~1980년대 장생포의 포경산업을 거쳐 이제는 국내 대표적 고래 테마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가 최근 수 년새 잇따라 폐사하며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는 등 환경보호와 동물복지가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고래관광산업도 최근 몇 년 사이 정체 또는 침체를 겪으면서 울산의 고래관광산업도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보는 울산 고래관광산업의 현 주소와 바람직한 고래관광산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코로나 사태로 고래특구 침체기 맞아
체험관·고래바다여행선·키즈랜드 등
방문자수·경영수지율 절반이하로 ‘뚝’
체험관 돌고래 12년간 절반 이상 폐사
환경·동물보호단체 방류 목소리 높여
해수부도 수족관 사육·금지계획 발표
◇장생포 ‘상전벽해’…고래관광 1번지로
지난 7일 찾은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박물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5일부터 무기한 잠정 휴관에 들어간 탓인지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주변은 평소와 달리 크게 한산했고, 이에 장생포도 전체적으로 활기를 잃은 듯 했다.
인근 상인은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평일에도 대형 관광버스가 끊이지 않고 들어와 관광객들로 장생포가 늘 시끌벅적 했는데, 작년에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부터는 관광객이 뚝 끊겼다. 올해는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당분간은 계속 이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장생포는 울산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고래관광의 1번지다. 과거 1970~1980년대 우리나라 고래잡이의 전진기지로 번성했던 장생포는 포경산업이 금지되고 주변 공업단지 조성으로 주민들이 이주하거나 떠나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한때는 울산에서 잊혀진 지역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5년 고래박물관이 이 곳에 들어서는 등 고래를 테마로 한 관광개발이 본격화되고 2008년 장생포항 일대 164만㎡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고래문화특구 지정 이후 이듬해 고래생태체험관을 시작으로 고래바다여행선, 울산함, 장생포 웰리키즈랜드, 고래문화마을, 모노레일 등이 잇따라 조성되며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래 테마 관광지로 변모했다. 도로와 주차장, 항만 친수시설 정비 등으로 도시 인프라도 크게 개선됐다. 쇠락한 어촌 마을에서 이제는 연간 90만~10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만큼 ‘한국 고래문화 관광 1번지’로 변모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 승승장구하던 고래관광산업도 최근 1~2년 새 정체 또는 침체를 맞고 있는데다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가 최근 수 년새 잇따라 폐사하며 고래생태체험관은 존폐의 기로에 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폐사 논란에 코로나 악재 겹쳐 위기
실제 고래문화특구 내 시설 중 고래생태체험관과 고래바다여행선, 울산함, 웰리키즈랜드는 3년 연속 방문객수가 줄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전 시설이 50~80% 가량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수지율(지출 대비 수익률)도 급감했다. 고래박물관의 경영수지율은 34.9%(전년도 80.7%)에 불과했고, 장생포웰리키즈랜드(19.0%), 고래바다여행선(13.5%) 등은 10%대에 머물렀다.
이 중에서도 고래생태체험관은 최근 1~2년 사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남구청은 2009년 고래생태체험관을 조성하면서 일본 다이지 등에서 돌고래 8마리를 들여왔고, 이후 고아롱과 암컷 돌고래 장꽃분(22·추정), 장두리(12·추정) 사이에서 새끼 4마리가 태어났다. 이렇게 도입·출산한 돌고래 12마리 중 고아롱을 포함해 총 8마리가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제 생태체험관에는 2017년 태어난 고장수 등 4마리의 돌고래만 남았다. 12년간 돌고래 절반 이상이 폐사한 것이다.
수족관 내 돌고래가 계속 폐사하자 환경·동물보호단체들은 “더 늦기 전에 시대착오적이고 반생명적인 고래류 감금 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남아있는 4마리의 돌고래만이라도 살리려면 바다쉼터를 조성해 즉각 방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울산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족관 돌고래 폐사가 잇따르자, 올해 초 고래류에 대한 신규 수족관에서 사육과 전시·관람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만우 고래박물관장은 “현재 수족관 내 4마리의 돌고래는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부의 방침과 환경·동물보호단체의 목소리 등 여러 변화된 여건을 감안해 고래생태체험관의 미래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