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울산에 산다]“아이들이 행복한 도시, 울산 만들어야”
2021-05-17 정세홍
우즈베키스탄으로 여행온 남편 만나
2012년 결혼해 딸 둘 낳고 울산 정착
바리스타·네일아트 자격증 등 도전
취미활동 통한 소중한 인연 큰 자산
“울산이요? 저한테는 한국에 와서 정착한 곳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들을 얻은 곳이죠.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가 됐으면 합니다.”
지난 2012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울산에 정착한 아지자(29·우즈베키스탄)씨. 우즈베키스탄으로 여행온 남편이 아지자씨에게 한 눈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됐고 그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정착했다. 울산에 와서는 두 딸을 얻어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약 10년을 울산에 살아 한국어도 꽤나 유창한 그는 “예전에 무거동에서 시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지금은 독립했어요. 친정엄마, 남편, 애기 둘과 함께 살고 있어요. 아직도 시아버님은 한국어 발음이 서툴다고 뭐라고 하세요”라며 가족 사랑을 전한다.
그는 “첫 아이가 예정일보다 두 달 정도 빨리 나와 몸무게가 2㎏도 안됐고, 위험한 상황도 여러번 있었어요. 당시 인큐베이터가 2대 밖에 없었어요. 태어나고 두 달은 계속 병원에만 있었죠. 다행히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 초등학교 3학년이에요”라며 첫 출산 때의 아찔한 순간을 회고했다.
아지자씨는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을 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불편했다고 한다.
“외국인이라는 단어가 거슬려요. 우즈베키스탄에선 외국인이란 단어가 좋은 의미인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대놓고 쳐다보는 시선도 불쾌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선 음식을 먹을 때 쳐다보지 않거든요.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왜 쳐다보냐고 얘기한 적도 있죠. 지금은 익숙해져서 인지 그렇진 않은데 많이 불편했죠.”
울산에서의 생활에 좋은 점도 많다고 전한다.
“가장 좋은 건 소중한 인연들을 얻은 거에요. 취미도 생겼어요. 울산에 있는 사진 작가들을 통해 사진 모델 활동도 하고 있고, 외국인 다문화가족센터를 통해 무료로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어요. 현재는 서류만 내면 귀화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할지 말지 고민중이에요. 귀화하면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든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이중국적이 허용이 안돼서 국적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요.”
한국 생활 10년째인 아지자씨지만 여전히 가보고 싶은 곳, 신기한 곳도 많다.
“여름에 언양 자수정동굴 갔는데 진짜 신기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는 산이 거의 없거든요. 바다도 가봤고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에요.”
아지자씨는 울산에 살면서 한국어 시험에 합격했고 바리스타 자격증, 네일아트 자격증, 사진 모델 활동 등 단기 목표를 세워 이뤄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지금도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된 도시가 됐으면 합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