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Z세대의 의미 대신 재미
‘세대’는 사회를 가르는 중요한 층위이다. 세대는 시간, 집단 사회구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된 유행, 문화, 제도들의 변화이며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느 시대나 신세대라 불리는 청춘들은 있었고 기성세대는 늘 신세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신세대는 정말 말썽꾸러기인데 특히 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이른바 지금의 청년·청소년인 Z세대가 문제라고 말들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신세대였을 때도 신세대는 늘 문제투성이였다. 시대별 신세대가 모두 문제아 취급을 받았지만 건강하게 성장해서 결국 으젓한 기성세대가 되었다.
Z세대의 부모는 대체로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이다. X세대는 19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오렌지족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큰 경제 위기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만성적인 구조조정 걱정이 일반화됐다. 그들의 자녀인 Z세대는 자연스럽게 회사 조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Z세대는 그들의 선배 격인 Y세대의 모습을 보면서도 간접경험을 얻었다.
Y세대는 X세대 다음이라서 Y세대라고도 한다. “알았으니까 어른들은 좀 그만해라”로 해석되는 OK부머(Boomer)의 대표격인 베이비붐 세대가 낳아 ‘출생붐의 메아리’라는 의미의 에코세대라고도 한다. Y세대는 다른 나라 문화나 다른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지적 교육수준이 높고, 반항, 도전정신도 있다. ‘국민학교’로 입학해본 마지막 세대이자 사춘기 또는 대학생 시기에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이다.
사회에 진출했을 때에도 2008년 금융위기라는 큰 경제 위기가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에 위축되었던 취업시장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단단히 얼어붙었다. 이 과정에서 Y세대는 자기계발 신화의 허구성을 알게 된다. 그 때까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스펙 쌓기에 매진했는데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노력도 배신한다’는 걸 깨달은 거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Z세대에게 전수되었다. 앞 세대를 지켜보면서 얻은 간접경험을 통해 Z세대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거다. 게다가 학교가 자신들을 충분히 준비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학교는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지식추구는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한다. 지식을 위한 콘텐츠로 EBS 방송을 보거나 학원 수강을 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더 효용적이라고 믿는다. 학교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으니 큰 꿈을 포기하는 대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응원한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힘내라는 말 밖에 해 줄게 없다. 지금의 Z세대들은 의미 대신 재미를 찾고 재미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자신의 문화를 즐기며 재미추구와 자기표현에 주저함이 없는 Z세대 주인공인 청년·청소년에게도 사회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최명숙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