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린의 스페셜 인테리어]새것과 낡음의 조화 오묘한 매력
‘클래식 프렌치 스타일’은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절대왕정에서 출발한다. 몇몇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자면 황금색 커튼박스 아래 축 늘어진 벨벳 커튼, 검은 마호가니 마루에 자리한 화이트 대리석 테이블, 그 테이블을 차지한 은제 장신구들, 사이사이 배열한 본차이나 도자기, 대저택이나 귀족풍의 인물을 그린 그림과 황금액자들….
이 스타일은 혹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손이 많이 갈 것 같은 소품때문에 현대인의 바쁜 생활패턴과는 맞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한마디로 화려함을 넘어 현란하다. 때로는 웅장하다. 한편으론 굉장히 섬세하다. 그 속에는 기품의 향기마저 배여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매력 중 하나다.
클래식 프렌치 스타일은 이처럼 ‘호불호’가 갈리면서도 다양한 변용으로 수세기를 이어오고 있다.
요즘은 19세기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프렌치 스타일로 재현하려는 시도가 많다. 클래식 프렌치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편안하고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감성을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유럽의 어느 궁전이나 박물관을 스쳐가는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같은 프렌치 스타일이지만 분위기가 완전 다른 디자인도 있다. 바로 ‘프로방스 프렌치 스타일’이다. 이는 왕가의 엄숙함을 벗어나 유럽의 어느 시골을 방문한 듯 더없이 가볍고 자유롭다. 클래식 프렌치에서 장인의 조각품 같던 거대한 문과 창문은 단순하면서도 정감있는 프렌치 윈도우로 바뀐다. 프라이버시를 위한 커튼 원단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무게감과 광택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벨벳 및 실크를 대신해 자연 소재의 리넨이 사용된다.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되면 깔끔한 스트라이프나 체크 패턴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
프로방스 프렌치에서는 창문 앞의 콘솔 역시 섬세한 조각품 같던 클래식 프렌치 스타일과 다르다. 이 콘솔은 가공처리를 하지않은(디스 트레스) 듯한 느낌의 거친 표면이 특징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콘솔 위에는 쉐비 시크(Shabby Chic) 스타일의 꽃이 놓인다.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풋풋함이 살아있다. 보는 이에게 안식을 안겨준다.
최근에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프렌치 스타일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다. 개성이 뚜렷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디자인과 소재 면에서 더욱 다채로운 프렌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등장한 ‘모던 프렌치 스타일’은 빈티지와 모던이 공존하면서 새로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대륙의 각 지역 환경과 오브제들이 독자성을 벗어나 융합하는 추세다. 위엄을 갖추면서도 사랑스럽다. 햇살이 비치는 양지 속에도 어느 한 구석은 스산함이 감돈다. 전혀 섞일 것 같지 않은 상반된 분위기가 한 공간에서 오묘하게 배치된다.
천재 디자이너의 제품과 차별적 공간 연출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유럽 중세의 어느 성 앞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라셰즈 체어’(챨스&레임스·미국 가구 디자이너)는 단순한 의자가 아니라 보는 시각에 따라 그 공간을 위해 만들어진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낡은 벽돌 사이에서 무심히 빛나는 조명등은 프랑스 디자이너 장 푸르베(1901~1984)의 작품 ‘포텐스’다. 이는 역사, 문화, 예술과 친숙하면 할수록 우리의 생활 공간이 한차원 다른 공간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조용히 보여준다.
빛바램과 모던의 미묘한 조화는 상상 이상의 매력을 선사한다. 이들 천재들의 디자인 행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 아름다움에….
최애린 공간디자인전문 레드게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