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0인미만 기업 주52시간제 도입, 울고 싶은 중소기업
2021-05-24 이재명 기자
울산상공회의소는 지난 21일 울산지역 경제 관련 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사)울산중소기업협회, (사)중소기업융합울산연합회, (사)울산경제인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울산지회 등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 같다. 1년6개월로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중소 영세기업들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주52시간제를 그대로 시행하게 되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기업이 수두룩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 시행을 강행할 분위기다.
주52시간제는 근로자의 일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저녁이 있는 삶’ ‘휴일이 보장되는 생활’을 누리자는 것이다. 일과 휴식의 적절한 균형은 경제발전과 선진사회 달성에도 꼭 필요한 것이다. 이미 300인 이상 중대형 사업장에서는 이 제도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50~299인 사업장에서도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주52시간제를 도입하려 해도 현실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국내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2019년 기준 51만6000곳으로, 종사자는 555만2000명에 달한다. 이미 주52시간 근로제를 시행중인 50~299인 사업체 2만7232곳, 종사자 280만명에 비해 업체수는 2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 영세 업체들은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마저 줄어들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그에 맞게 인력을 충원한다고 해도 인건비를 충당하는 것은 큰 문제다. 영세 기업들은 기술력이 부족하고 경영 규모도 작아 인건비가 조금만 늘어나면 곧바로 타격을 입는다. 지난달 열린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에서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연장근로 감소로 임금이 줄어들면서 원래 있던 숙련인력마저 퇴사하고 있어 주52시간제 준수 시 납기를 맞추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 주 52시간제”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며, 중대재해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 주52시간제까지 시행되면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해 산업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위성에 매몰된 나머지 현장의 물정에 어둡다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