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동맹 균열’이라는 꼬리표 떼낸 한미정상회담
2021-05-24 정명숙 기자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백신 수급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우리가 희망했던 한미백신스와프가 공동성명이나 회견에 적시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백신 제조사 모더나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미국의 선진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하는 데는 성공했다. 우리 기업들이 44조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고도 기대와 달리 겨우 55만 군인에 대한 백신공급에 그쳤다는 야당의 비판도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일단은 글로벌 백신 생산의 허브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목표에 근접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간 ‘미사일 지침’의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박정희 정부 말기인 1979년 10월 제정된 미사일 지침은 미국의 미사일 기술 이전 대가로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일종의 국가 간 가이드라인이다. 국제사회의 미사일 기술 확산 억제 노력에 동참한다는 명분이 있으나 미사일 개발이나 우주 연구에 결정적 족쇄로 작용해왔다. 이제 미사일 지침이 종료됨으로써 우리도 중·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우주로켓 기술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가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주변국들의 반발은 언젠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회복한 만큼 명실상부 자주국방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성과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접근법이 강조된 점이다. 공동성명에 “우리는 2018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선언 같은 기존 남북 및 북미 간 약속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달성에 필수라는 우리의 공통된 신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첫 대북특별대표로 성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임명한 것도 소통채널 재가동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정부는 교착상태인 남북·북미 관계의 진전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재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