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셋값 폭등…돈 없이 집 사는 ‘무갭투자’ 성행
울산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자, 주택 매입에 돈 한 푼 안 들인 ‘무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은 사례까지 나오기도 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울산 북구 중산동의 A아파트(84㎡·9층)가 64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4월 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매매가 보다 전셋값이 2600만원 더 비싸다.
이에 앞서 2억5000만원에 매매됐던 중구 B아파트(59㎡·22층)는 한달 뒤 2억7000만원 전세계약이 체결돼 2000만원 가량의 차액이 발생했으며, 인근의 C아파트(84㎡·6층) 역시 매매가(1억2500만원)보다 전셋값(1억4000만원)이 더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울주군에서도 9800만원에 매입된 D아파트(59㎡·8층)가 불과 보름 뒤 1억1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만났다. 이 역시 전셋값이 1200만원 더 높다.
이처럼 최근들어 울산지역 내 오래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무갭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울산지역 내 16개 아파트에서 ‘무갭투자’가 발생했다. 지난 3개월간 거래된 울산 아파트 중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1000만원 미만인 아파트는 40여곳, 5000만원 미만까지 포함하면 90여곳에 이른다.
‘무갭투자’ 대상 아파트 대부분이 20년이 넘은 단지들이며, 대단지 아파트 중 소형면적으로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들이 모두 공시가격이 1억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부터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세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이런 ‘무갭투자’까지 불거진 것으로 분석됐다. ‘무갭투자’가 이뤄진 단지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인근의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높아 오래된 아파트라도 세입자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이다. 반면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고, 소액인 만큼 손바뀜이 잦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수급동향에 따르면 5월 셋째주 울산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90.3인데 반해, 전세수급지수는 122.1로 30 이상 차이를 보였다. 수급 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해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매매·전세 수급지수간 차이가 10 이상 발생하는 도시는 울산이 유일했다. 전세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급등한 전셋값이 매매가격까지 추월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울산 북구 지역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전세간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단지가 늘고 있다. 그런데 매매가격이 전셋값과 비슷해도 집을 안사는 세입자들의 마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주택으로 살다가 청약을 기대할 만큼 여유가 있는 집들이 많지 않다”면서 “문제는 나중에 세입자가 계약 만료 후 실제 집값이 전세금에 못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