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공짜국방은 정당한가
우리나라는 국방의 의무에 대하여 가장 민감한 국가이다. 장관 청문회에서 본인 또는 가족의 군입대 여부가 기본 검증항목이 되고 영내 생활에 관한 특혜 시비가 신문지상에 주요 기사거리로 등장한다.
그래서 모병제를 하자는 의견도 있고, 제대군인에게 수 천만원을 지급하자는 견해도 있으며, 남녀 모두 징집하자는 방안에서 여성들이 자원 입대하겠다는 청원까지 백가쟁명이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휴전중인 나라. 미, 중, 러, 일 강대국간 안보와 외교의 시험장인 곳이니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국방의 의무는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고결한 의무다. 국방이 있고서야 자유, 평화, 행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헌법 제39조 제1항). 국회는 법률로 정하고 위헌이 아니라면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입법할 수 있다. 국민개병제냐 모병제냐 또는 남녀 모두 징집하는가 등의 모든 입법은 국회의 입법재량이다.
헌법재판소는 “징집대상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는 그 목적이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있고 그 성질상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하여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입법자 등의 입법형성권이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하는 영역이다.”라고 결정한 바 있다(2002헌바 45)
최근에 일부 군부대에서 군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문제로 시끄럽다. 보도에 따르면 군장병의 급식단가는 한 끼당 2930원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경우 초등학교가 3768원, 중학교가 5688원, 고등학교가 5865원, 특수학교가 5472원이라고 한다.
국방을 책임지는 20대의 젊은 장정들의 한끼 식사값이 초등학교 학생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경제규모 10위권인 나라가 군인에게 겨우 3000원도 안되는 밥 한끼를 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방부는 급식비를 한끼당 35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한다. 월급은 어떤가. 2022년 병장의 봉급기준은 67만6115원이다. 이 정도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금액이라고 한다.
국가가 젊은이의 고귀한 시간과 인력을 썼다면 댓가를 지급하여야 한다.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하여야 한다(헌법 제39조 제2항). 국가는 그 보상을 기업에 미루어 면피해서는 아니된다. 제대군인에 대한 채용시 가산점은 헌법에 반하는 미봉책이다(98헌마363, 98헌바33). 한편,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헌법 제23조 제3항). 국방활동이 재산권보호에 비하여 비교열위일까? 만일 국가가 토지수용이나 토지사용을 한 후 시가(時價)가 아닌 공시지가의 4분의 1만 지급하면 토지소유자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나라 지키는 병사들에게 쥐꼬리만하게 보상하는 것은 요즘 말로 ‘숭고한 열정페이’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은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귀중한 젊은 청춘들에게 적어도 최저임금 이상의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가비용이 얼추 연간 10조원은 넘을 것이겠지만 장병들의 고생 덕에 2021년 국가예산이 558조에 달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나라가 병사들의 최저임금도 못 준단 말인가. 나랏돈 아껴도 줄 돈이 모자라면 국방세라도 갹출하자. 모든 국민이 나라를 지키는데 뜻모아 십시일반하자. 그러면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셈 아닌가. 50만의 숭고한 청년일자리는 덤이다. 곳간 핑계대며 젊은 청춘들에게 공짜 헌신을 구걸해서야 되겠는가.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