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왜 실효성 있는 인구감소 대책이 없나
울산은 연일 인구감소 때문에 야단이다. 울산시가 최근 5년간 인구변동 현황을 공개하면서 신문과 방송, 전문가가 앞 다퉈 인구감소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15년이후 울산시 인구는 매년 8000명씩 감소해 현재 113만명이다. 출생자 수가 매년 빠르게 줄면서 2020년도 출생자 수는 사망자수를 빼고 겨우 1300명 늘었다. 사망자 수와 일치하는 ‘데드크로스’가 멀지 않은 것이다. 2020년도 전출자 수는 이미 전입인구를 제하고도 1만3000명 넘게 울산을 빠져나갔다. 청년들은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울산은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도 큰 근심이다. 10년 뒤에는 65세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설 공산이다. 인구 100만명 광역시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심각한 상황임에도 울산시가 내놓은 인구증가 대책을 보면 어이가 없다. 외관만 보면 2021년 한해동안 인구증가 정책이 무려 170개 사업, 7600억원이 넘는다. 출산장려금부터 다둥이 행복렌트카 지원까지 다채롭기조차 하다. 희한한 것은, 이런 많은 정책을 쏟아 붓는데도 인구감소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 내용이 부실하거나, 실적 욕심에 인구증가 정책과 연관이 없는 사업을 부풀렸기 때문이다. 민망하고 측은할 따름이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인구증가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구감소 원인으로 여러 가지 꼽힌다. 육아가 힘들거나, 교육시키기 어렵다는 것, 정주환경이 나쁘거나,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 대다수다. 전부 맞다. 그럼에도 조금만 따져보면 대부분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되어 있다. 인구감소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 부족에 기인한다. 모든 인구감소 원인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삶의 고단함이다. 공평치 못한 삶을 고스란히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자식까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포심은 출산의 꿈을 얼어붙게 만든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렵고, 열심히 일해도 집 장만조차 버겁다. 인간을 지탱하는 기본권이 빠르게 무너지는 중이다. 양극화가 현대인의 보편적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인구감소 대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보편적, 복합적, 연동적 문제다. 육아에서부터 교육, 직장과 주거를 뛰어넘어, 건강과 노후까지 사람의 일생에 걸쳐진 유기적인 어젠다다. 모든 사회 의제와 맞닿아 있다. 긴 호흡으로도 장담할 수 없음이다. 오직, 인구문제 승패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정책 수준에 달려있다. 시민들의 고단한 삶과 추락의 공포심으로부터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 이를 관철시킬 만한 이념과 계급을 압도하고, 방법과 논쟁을 불식시킬 용기가 필요한 과제다.
출산장려금이나 시군 전입금 정책 따위로는 턱도 없다. 이벤트성 정책 남발은 삶을 희화화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들 자식 여럿 낳아 화목한 가정 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하루가 고단한 사람 앞에 미래산업은 남의 일이다. 지천에 깔린 일자리 예산은 기업 이익에 복무하기도 바쁘다. 국가 매칭사업이라는 밑밥은 온전한 국가사무에 울산 예산이 동원되기 일쑤다. 전시적 성과에 매몰되어 위기에 빠진 주민들을 돌볼 겨를이 없을 만도 하다. 이것이 정책 순서에 대한 시민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형식적인, 불투명한 사업들을 줄여 직장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을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급한 대로 최소한 버틸 만한 빈곤 저지선도 구비해야 한다. 당장 쓸모없는 인구증가 대책 따위는 집어치우고, 실제로 인구 감소를 반전시킬 만한 정책들을 모아 시민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