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물에서 건져낼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최초 방안이었던 사연댐 준설안
낮은 효용성 등에 일단락 됐고
사연댐 퇴적물 없애자는 방안도
잘못 준설땐 중금속 우려에 포기
원형 훼손시 세계유산등재 어려워
수로변경-생태제방안도 부담감 커
2013년 제기된 카이네틱댐 설치안
실험결과 누수 발생하자 ‘백지화’
사연댐 수위 52m유지 수위조절안
장마·홍수기엔 수몰 막을수 없고
2020년 사이펀 설치안 대두됐지만
환경부, 댐 안정성 등 미온적 반응
현 정부·市 최근에 추진하고 있는
여수로 낮추기·수문설치안 기대
지난 회에는 반구대 암각화의 바위그림 손상 원인들을 살펴봤다. 시간의 흐름이나 기후조건에 따라 자연풍화현상도 있을 것이고, 암반 자체의 구조적 문제, 무분별한 탁본도 지적했다. 1965년 사연댐 축조 이후 암각화가 반복적으로 물에 잠기는 것도 물론이다. 이번 회는 그 중 최근 20년 간 이어져 온 ‘반복적 잠수’에 대한 지역사회의 해결방안들을 정리해 본다.
암각화 보존은 주로 행정이나 정치쪽에서 다루게 된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년 전만해도 암각화 구하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지역사 연구자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었다. 요즘은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춤, 연극, 문학, 뮤지컬, 그림, 공예작업이 활발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시작단계였다. 역사문화예술계 인사들 중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명칭과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임에도 “반구대 암각화야 말로 울산을 너머 세계 최고의 유물”이라며 “이를 품고 있는 울산에서 정작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개탄스럽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사연댐’을 폭파해서라도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야 한다는 강경론도 그때 나왔다. 다만 사연댐 폭파는 ‘울산의 식수’ 문제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운 방안이 되어갔다. 이후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 시작된 암각화 살리기 논쟁은 대부분 사연댐을 그대로 두면서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초기 방안은 사연댐 준설이었다. 준설안 요구가 커지자 2005년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직접 살펴봤다. 결과는 ‘사연댐을 준설할 경우 33만2000톤 정도의 물이 더 확보된다’고 나왔다. 준설비용이 문제였지만 지역에서 하루 필요로하는 물 부족분을 일부 채울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준설안의 효용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있었다. 준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반박론도 거셌다. 결정적으로 준설을 했다하더라도 비가 많이 오면 사연댐이 만수위가 되는데, 그러면 암각화의 수몰을 완전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이 방안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2014년 또다시 사연댐의 퇴적물을 없애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엔 울산시의회였다. 사연댐에는 50년간 쌓인, 수백만 입방미터(㎥)의 퇴적물을 제거하면 수위가 낮아져 암각화를 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사연댐 이외 회야댐 등 울산의 다른 댐에서 물을 공급받으면 울산의 부족한 식수문제도 해결된다고 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사연댐 퇴적물은 수백만 입방미터가 아니라 50만 입방미터, 즉 총 저수량의 2%’라고 추정했다. ‘식수 전용댐의 준설 전례가 없고, 잘못 준설하다간 중금속 우려가 있다’고 해 준설안은 다시 가라앉았다. 사연댐 퇴적량은 2017년 문화도시울산포럼이 공개한 정부 답변서에 한차례도 더 언급되는데, 당시에는 136만 입방미터(총 저수량의 5.5%)라고 돼 있다.
다음은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물길을 바꾸는 ‘수로변경안’과 암각화 앞에 아예 큰 둑을 쌓자는 ‘생태제방안’이다. 이 안은 반구대와 대곡천 주변의 대대적인 지형 변경이 불가피하다. 울산시가 꽤 오랫동안 이 방안을 고수하자 2009년 문화재청은 ‘암각화 주변 환경 변화 및 훼손이 진행되면 세계유산 등재가 곤란하다’며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했다. 울산시는 이에 생태제방안을 보강해 문화재청에 한번 더 건의했다. 암각화 앞 440m 지점에 높이 15m, 너비 6m의 둑을 쌓고 제방 근처에 관람용 교량을 만드는 내용이었다. 사업안이 구체화하면서 식수해결과 문화재보존이 동시에 가능한 생태제방안이 최적이라는 지역여론과 문화재청의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다. 2011년 문화재위원회는 제방안은 또다시 부결했다. 문화재의 원형을 훼손할 경우 세계유산등재가 어렵다는 의견도 다시 나왔다. 제방안은 2017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이후 세계유산 등재와 원형 보존의 의미에 급관심이 쏠렸다. 조선왕릉(2009), 하회마을과 양동(2010), 남한산성(2014), 백제역사유적지구(2015) 등 이 시기 집중된 한국의 세계유산 등재소식도 영향을 미쳤다.
시와 문화재청 대립으로 보존방안이 가장 뜨거웠을 때, 일명 카이네틱댐 이야기가 나왔다. 2013년 일이다. 이번엔 생태제방이 아니라 길이 55m, 폭 16~20m, 높이 16m 크기의 가변형 투명 물막이를 설치하는 내용이었다. 이 안은 수차례 논쟁을 거듭하다 최종 모형실험에서 누수가 발생, 물막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2016년 마침내 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뒤 백지화됐다. 다만 이 시기 대곡천 암각화 주변의 문화재 잔존여부조사가 이뤄졌는데, 이 일대가 공룡 화석 천지라는 새로운 사실이 그때 밝혀진 것이다.
다음은 사연댐 수위를 무조건 52m로 유지하는 수위조절안이다.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은 마지노선이자, 사연댐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동시만족안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장마와 홍수에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사연댐 물은 60m 만수위가 되어야 여수로에서 자연방류된다. 60m 만수위가 52m로 내려앉는 기간은 38일 정도다.
이에 지난 해인 2020년에는 사이펀 설치안이 대두되기도 했다. 항시 수위조절을 하기 위해서는 사연댐에 수문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만들자니 최소 5~8년은 걸리므로 그 사이 사이펀을 임시로 설치하는 것이다. 사이펀은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은 U자형 관이다. 비가 많이 와서 사연댐 수위가 암각화를 침수시킬만큼 차오른다면, 여수로에 설치한 직경 0.7~.0.9m 사이펀 관 3개를 통해 만수위 이전에 물을 빼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6개월이 걸리는 사이펀 설치에 대해 이번엔 환경부 등이 댐 안정성 문제와 용역비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미온적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시방편에 굳이 수십억원 예산을 써야하는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마지막은 사연댐 여수로 낮추기와 수문 설치안이다. 가장 최근이자 현재진행형인 이 방안은 다음 회에 다루기로 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