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중장년 일자리의 해답, 중장년 기술창업
필자는 지난 달 중소기업 현장방문으로 ㈜팀솔루션에 다녀왔다. 이 기업은 울산의 대표적인 창업 축제 ‘울산창업페스타’의 수상 기업으로 해양플랜트 공정을 3D로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조선사에 납품한 유망한 벤처기업이다. 차후 유니콘 기업을 목표를 하고 있는 이 업체를 방문하고 놀랐던 점은 이 기업이 중장년 기술창업센터 출신의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대표가 조선사 근무 당시 현장에서 얻었던 경험을 울산의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사업 아이템으로 승화시킨 저력을 확인하고 나니 청년창업과는 또 다르게 현장경험에서 비롯되는 중장년층의 기술창업이 코로나시대에 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IMF 당시 대부분의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을 하며 국난 극복에 동참했었다. 거기에 더불어 정부는 우리나라 가계에 있던 수많은 저축을 이용해 주식투자, 창업 활성화, 벤처 투자와 같은 창업 붐을 일으켜 기업으로 돈의 흐름을 돌려 IMF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이러한 첫 번째 창업 붐으로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창업 기업이 생겨날 수 있었고 디지털이 돈이 되는 디지털 경제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술창업이 위기극복과 경제성장에 중요한 동력이라는 부분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아쉽게도 전문적인 교육이나 보육을 받지 못하는 창업의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다. 실제로 2019년 우리나라 창업자의 5년 생존율은 29%로, OECD 국가의 평균보다 12%나 낮다. 창업 3년차에 판로확보와 투자유치 미흡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명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창업교육을 받은 창업가는 그렇지 않은 창업가보다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2019년도 창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창업교육을 받은 창업가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59%로 약 2배에 달한다. 이처럼 무작정 창업하는 것 보다 창업 이후 얼마나 살아남느냐가 관건인 창업의 세계 속에서 중장년 창업은 더욱 어려운 길일 수밖에 없다. 청년창업은 여러번 도전해서 실패해도 경험으로 치부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데 반해, 40대 이상 중장년 창업의 경우 한 번의 실패가 마지막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창업에 더 성공하기 쉬우니 이들을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수십년 간 기업에서 쌓아온 경험과 기술로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중장년층이 오히려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나 생존율이 높다. 또한 시니어 창업은 경력활용, 기술창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큰 성공을 노리기보다 위험도가 낮은 저위험 창업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코로나 ‘뉴노멀’시대에 중장년 기술창업을 촉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장년 기술창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교육과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가진 중장년 경력자들이 그들의 경력을 프랜차이즈와 자영업으로 묻어버리기에는 개인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도 아쉬운 일이다.
이를 위해 중장년들은 사업화모델, 투자유치, R&D, 마케팅, 판로, 지식재산권 등의 교육을 통해 창업 성공률과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런 교육과 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장년기술창업센터’가 있다. 2010년 ‘시니어 창업센터’라는 명칭으로 시작한 이후 ‘중장년 기술창업센터’로 명칭을 바꿔 11년째를 맞고 있으며, 현재 전국 25개의 센터를 지정하여 42억의 사업비를 배정해 지원하고 있다.
울산지역에도 2개의 ‘중장년기술창업센터’가 지정되어 있고, 막연한 창업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부터 기업체에서 몇십년 간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 기술 등이 아까워 도전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업자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정부의 지원과 개별적 노력으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일으키면 많은 인력을 고용하여 지역 일자리 창출에 큰 공헌을 한다. 이영숙 울산중소벤처기업청 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