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죽순비’ 언어문화와 국가정원 조례 제정을 제안한다

2021-06-01     경상일보

제주도에서는 봄에 비가 자주 오면 고사리가 쑥쑥 자란다고 ‘고사리 장마’라고 한다. 제주도민들은 ‘고사리 장마’를 반가워한다. 봄 장마 보다 지방색이 있는 고사리 장마가 더 제주답다. 그렇다면 울산의 봄장마를 ‘죽순비’라고 부르면 어떨까. 요즘처럼 늦은 봄비가 자주 내리면 태화강국가정원 내 죽순이 쑥쑥 올라오니 울산에서는 봄비, 여름비 대신에 ‘죽순비’라고 부를 것을 필자는 제안한다.

도시 고유의 문화가 빛나는 도시들은 그 도시만의 색깔이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그리스 산토리니는 도시가 하얗고 파란색이 상징이다. 유럽의 성과 성당들은 석조건물로 고색창연하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로는 아스팔트가 아니고 중세시절 도로 그대로다. 울산도 도시 고유의 색깔을 갖고 울산만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창조해야 한다.

새로운 울산 죽순비 언어문화를 홍보하는 전략으로는 우선적으로 태화강국가정원 해설사들이 십리대숲을 관광객에게 해설할 때 울산에서는 봄,여름 비 이름이 죽순비가 있다고 소개하면 외지관광객들은 신선한 울산문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십리대숲에 죽순비를 소개하는 홍보판과 짧은 시비도 동선에 따라 세우면 휴대전화 보급에 따라 전 국민 사진작가 시대가 되었으니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울산문화를 빠른 속도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또 태화강국가정원은 정원문화이고, 역사문화이니 21세기 울산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것도 제안한다.

요즘 들어 코로나19 속박에서 탈출한 젊은이들과 시민들이 대거 모여들어 태화강국가정원에 주말만 되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야외에서 음식물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쓰레기 대란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에 울산시는 코로나 방역과 시민의식 부족을 주장하며 공간 폐쇄조치를 하려고 한다.

음식물 섭취와 음주 행위 등에 대한 울산시의 조례가 있었다면 계도와 재제를 했을 것이다. 조례 제정은 하지 않고 규제를 우선하려는 참으로 안타까운 탁상행정이다.

국가정원으로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외지인들도 많이 찾는다는 것은 태화강국가정원이 추구하는 자연정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자 울산관광산업의 장밋빛 전망도 엿볼 수 있다. 공간을 폐쇄하는 것은 울산관광산업의 성장 싹을 자르는 이율배반적인 행정이다.

코로나 방역국면은 현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연말쯤에는 코로나19에 집단면역이 생긴다. 코로나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집합금지조치도 풀릴 것이다. 태화강국가정원에 몰려드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국가정원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은 자명한 이치이거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우선 손쉽게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태화강국가정원 잔디밭 폐쇄 조치를 생각하는 근시안이 안타깝다.

울산시는 지난해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태화강 국가정원 내에서 음주금지와 쓰레기 무단투기 및 정원관리와 운영에 관한 제반사항을 국가정원에 걸맞는 조례로 우선 제정해야 한다.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으로 울산시는 국고 수십억원을 지원받는다. 울산시의 예산과 남구·중구 예산도 투입될 것이니 울산시는 지금 나눠져 있는 조례들을 통합·운영 관리하는 태화강국가정원 운영과 관리에 관한 조례를 진작 만들었어야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태화강국가정원 운영과 관리에 관한 조례를 시급하게 제정해 관광객들이 넘쳐나도 쓰레기를 비롯한 제반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울산시의회도 시민의 대표 기구로서 견제와 감시 차원에서 집행부에 발의를 촉구해야 한다.

울산에 가면 대숲에 이는 은은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꿈길 같은 꽃길을 걷는 울산이기를 기원한다. 태화강을 사랑하는 마음에 울산시민으로서 ‘죽순비’ 언어문화 창조와 태화강국가정원 관리 통합 조례제정을 제안한다. 김종환 태화강생태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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