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백년 가늠…‘현대미술의 시선’展
2021-06-01 홍영진 기자
사람들은 그가 숯을 고집하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그는 ‘모든 것을 태우고 난 검은 숯에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근원적인 힘이 스며있다’고 말한다.
화선지 위에 숯을 갈아만든 검은 먹으로 곡선을 그린다. 평면의 종이에 먹이 스며든다. 동양화다. 그런데 그의 그림에서 유화로 캔버스 위에 한 겹씩 겹쳐지는 서양화의 느낌도 감지된다. 평면에 입체감을 더한 그의 작품은 서양적 기법을 가져와 동양적 여백의 미를 더욱 깊이있게 완성하고 있다.
10일부터 21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의 시선’전에 이배 작가의 평면 숯작업 2점이 전시된다. 이에 더해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개별성’을 실험해 온 남춘모, 권오봉, 윤종주, 장준석, 정은주, 한무창, 박철호 등 35명 작가의 130점 작품이 소개된다. 모두 기존에 세워진 창작의 틀을 깨고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재료와 물성들을 이용해 온 작가들이다. 회관 내 1~4전시장 4개 전시장을 모두 활용하는 전시인만큼 한국 현대미술의 전망과 새로운 비전,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서양화 100년’전(5일까지)이 지금 현재를 기준으로 지난 백년의 한국미술을 돌아보는 자리였다면, 이번 ‘현대미술의 시선’전은 지금 현재를 기반으로 앞으로 펼쳐진 새로운 한국미술 백년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남춘모 작가는 선 그 자체로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다양한 실험을 펼쳐왔다. 그의 선은 모든 빛의 변화를 담고있고, 빛에 따라 숨쉰다고 할 수 있다.
종이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권오봉 작가는 어떤 개념으로도 규정되지 않으면서 우연의 소산으로 완성한 선의 자유로운 유희를 보여준다.
글자 오브제로 유명한 장준석 작가는 ‘숲’ 연작으로 관람객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물처럼 안겨준다. 2020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참여작가였던 장 작가는 지난해에도 ‘태화강은행나무숲1길’이라는 작업으로 호평을 받았다.
정은주 작가는 붓을 사용해 색을 올리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색의 근원과 원초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기간에는 매일 2회의 미술교육(사전신청), 3회의 관람해설 시간이 운영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