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값 급등…차·조선업계 수익 ‘빨간불’
국제 철광석값 급등에 이은 국내 철강재값 상승으로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업계가 원가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자동차 업계는 철강업계와의 협상에서 자동차용 강판 공급가격을 4년만에 인상하기로 합의했고, 올해 상반기 4년만에 선박용 후판 가격인상에 합의한 조선업계도 다시 거센 가격 인상압력에 직면했다.
완성차 가격에서 철강재 비중은 약 6~7% 수준이며 철강재를 포함해 전체 원자재 가격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선박 건조 비용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정도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곧 제품(부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와 포스코·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공급 가격을 t당 5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린 것은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수익성 하락 등을 이유로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 원자재 및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해 인상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인상하는 쪽으로 철강사들과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연간 550만t 이상의 자동차용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약 90%가량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2일 t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현재 t당 190~200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용 강판 생산에 필요한 국내 열연강판의 국내 유통가격은 1월 말 t당 88만원에서 지난달 21일에는 130만원을 돌파했다.
자동차사와 공급가격 인상 합의로 철강업계는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지만, 자동차 업계는 부품 가격 상승 등 원가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자재 비용 상승은 곧바로 부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완성차 판매가격 역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격을 정해 출시한 차량의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출시될 신차는 인상된 부품값을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되는 만큼 판매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0년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조선업계도 철근값이 치솟으면서 근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t당 75만원이던 선박용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은 지난 14일 t당 120만원을 돌파했다. 후판 가격은 지난 4월 2011년 이후 10년만에 100만원을 돌파한바 있다.
이에 따라 조선3사(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와 철강업계간 하반기 후판가격 협상에서 치열한 ‘가격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조선·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을 4년만에 t당 10만원 이상 올리기로 합의한바 있다.
정부는 최근 후판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2분기 후판 생산량을 전 분기 대비 7.8%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후판 가격 안정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국내 유통 후판 가격은 지난 4월 말 110만원에서 이달 21일 130만원으로 뛰었다.
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업황 회복의 변수가 여전히 상존중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선박가격 상승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 “후판 가격 인상을 감안, 선박 건조 계약 체결 시 ‘선가 상승 조정’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선주들이 거부감이 만만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