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

2021-06-02     경상일보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호랑이를 봤다고 주장하면 사람들이 믿어준다는 뜻이다. 원래 실물이나 물증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일일이 그랬다가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니 어느 정도 신뢰할만하다 싶으면 믿기 마련이다. 게다가 3단 논법에도 귀납법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식을 되돌아보자. 과학적 근거, 공문, 책을 찾기 보다는 친한 옆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런데 옆사람 조차도 잘 모를 때, 모두가 집단 착각에 빠질 때, 설왕설래 하다가 아무도 의문제기를 안할 때 가설이 진실인양 퍼지기 쉽다. 오랫동안 믿어온 말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허탈해하며 뒷목을 잡는다. 그 동안 한국에 잘못 알려진 말을 살펴보자.

밤에 불장난 하면 이불에 오줌 싼다? 현직 소방관 중에서 저 말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흡연 청소년들이 라이터로 장난 많이 쳐도 이불에 오줌 싸지 않는다.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다? 밤 리코더를 암만 불어봐도 뱀은 안나오고, 아파트 야간소음 자제 방송만 나온다. 삼천궁녀 의자왕? 역대급으로 음탕한 고려 충혜왕이 한반도 전역에서 모은 궁녀 숫자가 겨우 100을 넘었다. 게다가 낙화암에는 3000명이 서있을 공간 자체가 없다.

자동차에서 S를 떼 오면 서울대 간다? 많은 소나타 자동차가 봉변을 당했는데 이 방법으로 서울대 입학한 학생은 없다. 우등생은 그럴 시간에 문제 하나 더 푼다. 여자 속옷을 입고 공부하면 성적이 오른다? 80년대 일부 남학생들이 여동생, 누나 속옷을 입고 공부하다가 매를 맞았다. 영심이 만화책에도 저런 장면이 나온다.

안경 낀 사람 얼굴을 때리면 살인미수다? 형법 제250조(살인죄), 제254조(살인미수죄)를 아무리 살펴봐도 안경 얘기는 없다. 필리핀이 장충체육관을 지어줬다? 김정수(기본설계), 최종완(구조설계) 두 건축가가 설계했으며 1963년 삼부토건이 건설했다. 유명 관광지 철망 울타리에 자물쇠를 걸고 열쇠를 버리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 그게 사실이면 연애문제가 싹 다 해결됐겠다. 선풍기 켜고 자면 죽는다? 필자는 아직 살아있다.

누워서 밥 먹으면 소 된다, 빨간색으로 이름 쓰면 죽는다, 영국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는 처음부터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얘기다. 홍콩할매귀신, 빨간 마스크는 책으로 출판됐고, 학교에서 밤 12시에 두 학생이 연필을 잡으면 귀신이 등장한다는 ‘분신사바’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 있는 문화콘텐츠다.

웃음이 나오는 해프닝도 있고, 해석상의 차이도 있고,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판명된 사안도 있다. 교사, 교수, 컨설턴트, 종교인 등 남을 가르치거나 계도하는 직업에 종사자가 잘못된 정보를 가르친다면 창피한 일이다. ‘죄송하지만 그거 아닌데요.’ 지적 나오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점검하며 최신화할 필요가 있겠다.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