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울산의 해수욕장들이 다음달부터 개장한다. 여름이 온 것이다. 그런 중에도 확진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안전안내문자로 지역 확진자 수 메시지가 날아온다. 얼마 전엔 일부 자영업자 분들이 시청에서 밀가루를 뿌리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집합금지 및 시간제한 규정들이 그분들 입장에선 많이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모든 사람들이 상당히 지친다. 사람들이 조금 덜 만나고 계속해서 조심해가며 지내길 병원 종사자 입장에서 바라지만, 정말 솔직히는 각자의 일상들을 언제까지나 이렇게 계속 통제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의 소중함은 그걸 제한당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방역에 성공적인 뉴질랜드 등에 비하면 코로나가 많이 퍼져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우리보다 사정이 안 좋은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하면 확진자 수가 적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 수 있다.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이렇게까지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너무 싫은 마음, 공감한다. 자영업자분들의 경제적 고통은 단순히 공감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역시 알고 있으며 적절한 대책이 있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처음부터 방역 방향을 사람들의 생활을 제한하는 쪽으로 잡은 이상, 지금 와서 되돌릴 순 없다. 현실적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한과 완화가 반복되어 갈 것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현재로선 백신 뿐이다.
현장에서 백신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태도를 보면 극과극으로 나뉜다. 한쪽에선 백신을 못 믿겠다고 접종 자체를 거부한다. 한때 횡행하던 백신 음모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갈리는 의견 등이 아마 불신을 조장하는데 한몫을 했으리라. 반대로 다른 한쪽에선 노쇼로 남는 백신이라도 맞으려고 예약전산만 들여다보고 있다.
접종을 거부하는 분들의 일부 의견은 공감이 된다. 특정 백신에서 극소수지만 희귀혈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잘 관찰해서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만약 병에 걸린 상태에서 백신이 아닌 치료제를 사용한다면 그 치료제에 아주 희소한 부작용이 있더라도 사용하는게 개인적으론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되지만, 백신은 병에 걸리지 않은 멀쩡한 사람들이 예방차원에서 맞는 것이기에 그 중 매우 작은 확률이라도 부작용이 올 수 있다면 접종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결국 개개인의 선택이다.
이미 접종을 완료한 울산병원 직원들의 경우, 맞을 수 있는 백신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었기에 접종하거나 혹은 거부하거나 이렇게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린 임신예정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접종율이 굉장히 높았다. 요즘 들어 병원사람들에게 특히 고맙게 느껴지는 부분이다.현재 백신은 기존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 백신도 예약을 받고 있다. 우리 병원 역시 둘다 예약을 받아 외부인 접종을 시행 중이다. 하반기에 가면 화이자 백신도 예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율라 비스는 그의 저작 <면역에 관하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나의 면역은 나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고 나는 곧 다른 사람의 환경이 되므로 나의 면역은 곧 나와 같이 생활하는 주변 동료, 가족들의 울타리가 되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공개적으로 권유하고 싶다. 접종하시라고 말이다. 만약 특정 백신이어서, 혹은 아니어서 접종을 꺼렸던 분들이 계시다면 병원 의료진에게 우려사항을 물어보신 후 늦게나마라도 꼭 접종하시길 바란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