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산단 ‘산업폐기물매립장’ 전락 우려

2021-06-02     최창환
울산의 주력인 조선산업을 이끌다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멈춰선 온산국가산단 내 조선기자재 공장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산업폐기물매립장 시행사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글로벌 선박 발주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장부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시에 따르면 N사는 울주군 온산읍 이영산업기계 당월공장에 폐기물 매립장을 조성하겠다며 사업계획서를 울산시에 최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의 요지는 4만7000㎡ 부지에 130만㎥ 규모의 매립용량 매립장 조성이다. 당월공장은 앞서 2019년에도 또다른 업체인 A사가 매립장 조성을 추진했던 부지로 울산시는 당시 반려처리했다.

N사는 이영산업의 또다른 공장인 이진공장 10만7000㎡에 260만㎥ 규모의 매립장을 조성하겠다고 울산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올해 2월 반려됐다. 부지 일부가 항만시설보호지구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업체들이 온산국가산단내 공장을 매립장 부지로 찾는 이유는 2가지다. 중요 인허가 절차인 산업폐기물 적정성 검토 대상에서 제외되고, 반대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직사회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오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섣불리 매립장 용도로 변경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폐기물매립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업 호황기를 대비해 조선기자재 공장부지를 매립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차후 조선업 용도로 산단을 확장하거나 신설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시간도 오래걸려 즉시성이 결핍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한편 온산국가산단 밖에는 민간 주도 매립장 추진이 진행 중이다. 민간 업체 2곳이 울주군 지역에 매립장을 조성하겠다고 울산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 곳은 온산읍 화산리 일원으로 매립용량은 236만3000㎥다. 나머지는 온산읍 강양리 일원이며 매립용량은 18만7000㎥이다.

시는 현재 관련 법률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적합’ 여부를 결론 낸다는 방침이다. 시가 ‘적합’하다 판단하면, 다음 절차로 울주군이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입안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울주군은 주민 민원, 입지, 내부 실무부서 의견, 환경부 의견조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