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아름다운 백조

2021-06-03     경상일보

지난 3월11일(미국 현지시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후 마켓컬리, 야놀자와 같은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들이 해외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폭풍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채팅 서비스 스타트업 센드버드가 1억달러(약 12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머신러닝, 빅데이터 기술력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모바일 광고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몰로코(MOLOCO)도 몸값이 2년 만에 10배가 뛰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모바일 헬스케어 눔(NOOM)도 5억4000만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정부 법안, 규제 등 각종 정책과 법률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공정보제공 및 컨설팅 기업인 피스컬노트도 1억4000만달러 가치로 IPO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가 각각 약 6000억원(5억1000만달러), 약 5000억원(4억4000만달러) 가치로 카카오에 인수됐다. 지금껏 한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에 없었던 엄청난 성과가 한두달 사이 벌어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인구 850만 명의 작은 나라이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기대를 품을 수 없다. 이스라엘 벤처는 시작부터 글로벌로 진출한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는 일도 대단하지만, 해외시장에 진출해 성공했을 때는 엄청난 결과가 나온다. 현재 96개의 이스라엘 벤처기업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나스닥 상장률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무엇이 850만 명의 작은 국가 이스라엘을 세계적인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들었는가? 그것은 시작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독특한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종교적인 환경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그리고 창의력이 풍부한 ‘유대인의 천재성’이라는 특별한 민족적 기질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zpah 담대함, 저돌성을 뜻하는 히브리어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며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밝히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도전 정신) 문화는 실패의 위험을 기꺼이 떠안는 태도를 존중한다. 용기를 내어 시도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결국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패를 질책하지 않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이스라엘의 성공 신화를 이끈 것이다.

향후 글로벌 트렌드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기술 벤처에 추가적인 핵심 기술을 이전해 공동 연구 개발 및 기술 사업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술 사업화를 통한 창업이야말로 오늘날 이스라엘을 세계적인 창업 국가로 도약하게 한 하나의 전략이기도 하다.

울산, 나아가 한국에는 우수한 기술이 넘쳐나는데, 이스라엘처럼 기술 사업화 단계를 거쳐 창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스라엘의 벤처는 시작부터 글로벌로 나아간다.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항상 예의 주시하고 글로벌시장에 뛰어들 적절한 타이밍을 선택하며, 그에 따라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액셀러레이팅을 받는다. 해외 투자자와 전략적인 국제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한다.

오늘의 이스라엘을 있게 한 요즈마그룹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의 우수한 벤처 기업들이 꼭 옛날 동화 속에 나오는 ‘미운 오리 새끼’ 같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인 당신이 보았을 때는 ‘백조’인데, 자신들의 높은 기술 가치를 잘 모르고 투자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미운 오리 새끼라고 여기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울산의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들에게 감히 권해 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외부 영향력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길,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의 기술과 글로벌 진출 전략을 살펴볼 것을 말이다. 울산, 한국의 작은 시장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 세계로 나가 ‘아름다운 백조’가 되길….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