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삼평지구 스마트팜, 영남권 농업지형 바꾼다]재배부터 복합환경제어 교육까지…미래형 농업인재 키운다

2021-06-04     이춘봉

지난 1930년 천안공립농잠보습학교로 출발한 충남 천안제일고등학교는 천안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이다. 개교 이후 줄곧 농업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하다 2007년 인문계와 전문계가 함께 있는 통합형 고교로 개편됐다. 이후 2016년 동물자원과와 원예조경과, 식품가공과, 산업유통과로 학과를 개편하며 다시 농업계로 전환했고, 오는 2022년부터는 스마트팜과와 바이오식품과, 반려동물과를 중심으로 학과를 재편한다. 스마트팜 전문 인력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천안제일고의 교육 여건과 교과 과정을 통해 삼평지구 스마트팜에 필요한 인력 육성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최신식 스마트팜 시설 구축

천안제일고의 교사동과 운동장 사이를 지나 우측으로 접어들면 거대한 온실형 1세대 스마트팜인 육묘장이 나온다. 이 온실을 지나치면 최신식 유리온실인 스마트팜을 만날 수 있다.

천안제일고는 충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6년부터 수경재배를 위한 스마트팜 시설 구축에 착수했다. 2018년 1차 준공에 이어 지난해 2차 준공까지 마무리짓고 수업에 활용 중이다.

스마트팜은 4동의 유리온실과 제어실, 실습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리온실에서는 엽채류와 오이, 고추, 가지 등을 재배 중이다. 모두 실습장에서 생산한 모종을 고형 배지에 핀 형태로 꽂아 재배한다.

고형 배지 아래에는 양액을 흘려 양분을 제공한다. 입구에 위치한 제어실에는 양액 제어기가 있는데 터치 패드로 시스템만 설정하면 양액이 자동으로 분배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스마트팜 유리온실은 습도와 온도, 양액을 모두 시스템으로 제어할 수 있다. 천장 개폐는 물론 냉난방을 비롯한 온도 설정, 환풍과 차광 커튼 작동 등을 환경 자동 시스템으로 조절한다. 최근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 발생기와 양액 제어기 등 일부 핵심 시설을 보강했고, 오래된 시설은 개선해 테스트 베드로 사용하고 있다. 식물농장을 이미 구축한 천안제일고는 교실 내 실습실도 조성할 예정이다.

◇재배부터 시스템 운영까지 교육

스마트팜의 핵심은 복합 환경 제어다. 천안제일고는 이를 위해 수업에서 재배 실습은 물론 시스템 운영을 함께 교육한다. 또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춰 스마트팜을 직접 만드는 실습도 계획 중이어서 창업으로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스마트팜 관련 교육은 원예조경과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원예조경과는 1학년 1개 반, 2학년 2개 반 3학년 3개 반으로 편성돼 있다.

1학년은 원예와 조경 전반에 대해 수업하고, 2학년은 재배 이론과 각종 작목 방법을 배우게 된다. 3학년이 되면 실제 스마트팜을 활용해 학습하는데, 채소 재배만 매주 13시간씩 수업한다.

스마트팜에서는 발아부터 생산까지 생육의 전 과정을 실습할 수 있다. 환경 제어가 개입되는 만큼 생산량은 노지나 시설원예에 비해 훨씬 많다.

학생들은 실외 텃밭과 스마트팜 둘 중 한 곳에서 실습하게 되는데 대부분 스마트팜을 선택한다. 적정 온도가 유지되는 실내에서의 쾌적한 실습을 원하는 것인데, 이는 작업 여건 개선을 통한 청년층의 농업 유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천안제일고는 지난해 교육부의 직업계고 재구조화 학과 개편 공모 사업에 선정돼 신설 수준의 학과 개편에 들어간다. 내년부터 대규모 학과 조정을 실시, 스마트팜 3학급을 신설한다. 최신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교육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만큼 도시형 농업 교육을 위한 선도 모델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가상 온실로 복합 환경 제어 교육도

천안제일고는 복합 환경 제어의 원활한 실습을 위해 스마트팜 교육 시스템을 지난 3월 구축했다. 전국 최초인 스마트팜 교육 시스템은 삼성전자의 후원 아래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이 공모한 농어업계 ICT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돼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추진했다.

천안제일고는 스마트팜 유리온실에서 실습이 가능하지만 시간적 한계가 따르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팜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이 컴퓨터로 각자의 가상 온실을 가꿀 수 있는 인공지능형 체제를 구비했다. 학생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농장을 만들고 가꿀 수 있다. 파종부터 재배까지 복합 환경 제어와 관련한 모의 실습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운용하면 설정한 환경에 따라 생육 여건과 생산량 등을 단기간에 산출할 수 있다. 또 농장 모형 실습을 하면서 환경 제어, 수량 조절 등 스마트팜의 실제 작동법도 배울 수 있다. 스마트팜을 제어하는 코딩과 시설 설비 기술을 함께 배우는 융복합 교육이 가능하다.

신민정 천안제일고 원예조경 부장은 “스마트팜과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더라도 졸업 즉시 취업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지역에 스마트팜이 확산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