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 경제옹알이(6)]불평등, 민감해진 것이 아니라 거대해졌다
이코노미스트지의 2021년 5월1일자 기사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와 정치에 대해 과거의 사례와 비교하여 분석하고 있다. 183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발생한 콜레라 대유행은 파리시민의 3%를 한 달 동안 사망으로 몰아갔다.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났다. 콜레라 대유행이 끝나자 경제는 회복됐다. 하지만 정치적 불안은 커졌다. 레미제라블은 그 시기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 어렵게 했다. 전염병을 피해 시골로 대피한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 부자 국가들의 경제는 백신과 함께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6%의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미국의 2016~2019년의 평균 성장률은 2%였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모두 2016~2019년의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은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더 크게 겪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백신을 통제하는 부자 나라와 백신 구입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가난한 나라 사이의 갈등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더 커질 것이다.
1870년대 초반 영국에서 천연두의 대유행이 있었을 때, 영국의 저축률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제1차세계대전이 발생하자, 일본의 저축률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1919년과 1920년에 스페인 독감이 창궐했을 때, 미국의 저축률은 높아졌고, 제2차세계대전 중에는 국내총생산의 40%까지 상승했다. 그러한 저축은 나중에 전염병과 전쟁이 끝난 뒤 소비로 이어졌고 경제를 회복시켰다. 하지만 저축은 곧 소진되었다. 1873년에서 1896년에는 전세계적인 대불황이 있었고, 1929년에서 1933년에는 대공황이 발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전염병이 통제되고 나면, 생산측면에서 기업은 전염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생산방식에 투자하게 된다. 스페인 독감 이후 1920년대 미국에서는 자동화에 집중했다. 전화교환수는 한 때 미국여성들이 가장 많이 고용된 분야 중 하나였지만 사라지게 된다. 2003년에 사스 전염병이 유행한 이후에 기업들이 전염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 로봇을 이용한 생산을 더 많이 도입하는데 집중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기업들은 무인화에 보다 집중할 것이다.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정치적 지형은 노동자에게 기울어지게 된다. 정책결정자들은 부채를 감축하거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 보다는 실업률을 떨어뜨리는데 집중하게 된다. 최근 연구결과는 코로나19 이후 유럽에서 과거에 비해 불공평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고한다. 그러한 변화는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과거부터 존재하고 있던 불공평을 드러내고,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2013년에서 2016년에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에서 사회적 혼란을 40% 증가시켰다고 하고, 2001년 이후 발생한 에볼라, 사스,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은 사회적 불안을 증가시켰다고 한다.
경제는 분명 회복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지자 소비가 줄었고,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고 대신 재고를 판매하여, 상품의 재고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재고가 많이 감소한 상태에서 경기 회복이 시작되자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다. 재고가 충분했다면 물량 수요가 적었을 원자재 물동량이 추가로 발생했고, 수요회복이 기대되자, 재고가 적은 기업에서는 재고를 다시 쌓아두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는 소비를 넘어서는 생산으로 이어졌고, 전세계적인 물동량을 증가시켰다. 선박의 운임은 상승했고, 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로까지 이어졌다. 경제회복에 대한 신호는 현시점에서 강력하다.
하지만 역사는 전염병 이후의 경제회복이 불평등과 정치적 불안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시골로 도망친 부자와 도시에서 죽어간 하층민의 가족 사이의 갈등을 정치인들이 과거의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불공평에 대한 해법은 정치적일 뿐,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는 말이다. 불공평의 구조는 정치인들이 인식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불평등의 존재는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진다. 정치인이 제시하는 해법은 과거만큼 잘 먹혀들지 않거나, 잘못되었음이 보다 빨리 드러나게 된다.
이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 백화점의 명품 매장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박탈감을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해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급격하게 상승한 아파트 가격을 정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정치인이 제시하는 해법이 실효성이 없음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보다 빨리 명확하게 알아차리게 된다는 말이다. 무인화와 높은 청년실업률 사이에서 면접에 입고 갈 정장을 빌려주는 선심성 정책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청년들이 쉽게 알게 된다는 말이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불평등에 민감하다고 이야기한다. 아니다. 젊은 세대가 불평등에 더 민감해진 것이 아니라 불평등이 훨씬 더 거대해진 것이다. 거대해졌기에 쉽게 느끼는 것일 뿐이다. 취업과 연애와 결혼과 출산과 내집마련을 포기한 세대가 느끼는 불평등은 취업과 결혼과 출산이 어느 정도는 선택이었고, 연애와 내집마련이 어려웠던 세대가 느끼는 불평등과 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많은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불확실한 희망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뿐 불평등의 존재는 수면 아래에서 훨씬 더 거대해졌다.
최근 젊은 남녀가 양성평등을 두고 격렬하게 다투는 이유는 당장 그 문제가 눈앞에 잘 보여서일 확률이 높다. 불평등에 대해 화가 나는 데, 상대를 잘못 선택해서 공격하는 것이다. 일자리와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를 공격해야 하는데, 우선 눈앞에 보이는 상대에게 군대를 가지 않는다며, 출산을 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고, 희망이 사라지고 거대한 불평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다른 상대를 선택해 싸움을 시작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꼭 싸워야 한다. 포기하면 안 된다. 싸워서 해결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크게 폭발한다. 정치인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해도 믿으면 안 된다. 정치인은 해결하지 못한다. 그들은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일 뿐이다. 거대하고 복잡해진 불평등을 보지 못하고, 청년들이 불평등에 민감해졌다고 말하며, 선심성 복지 대책만 남발해서 문제를 더 크게 만들 확률이 높다. 싸우면서 경험하고 고민하며 미래세대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