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관 기획전, 고난과 역경 이겨낸 7인 ‘행복을 그리다’展

2021-06-07     홍영진 기자

코로나시대를 경험한 우리가 스스로에게 혹은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철저한 예방만이 혹독한 팬데믹을 막을 수 있다는 충고일 것이다. 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일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위로의 힘’을 갖고 있다. 현대예술관이 미술전시회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낸 7인의 작가를 초청 해 그들이 그림으로 건네는 희망과 용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두 눈 대신 손 끝으로, 두 팔 대신 마음으로’ 작업해 온 사람들 이야기, 8일 개막하는 ‘행복을 그리다’ 에서 들을 수 있다.

김경이 작가는 화가가 꿈이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 앞의 미루나무에 매일 빌었다. 그의 작품에 그 나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사고로 중환자실 신세를 졌을 때도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고, 어느 날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아픈 이들에게, 특히 심장질환으로 우울감을 겪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한다.

박환 작가는 가난 속에서도 등불을 밝히는 달동네를 자주 그렸다. 개인전 ‘빈자에게 바치는 헌사’(2012)는 그의 눈과 마음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잘 보여줬다. 하지만 이듬해 예기치않은 사고로 빛조차 구분할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그는 손을 눈 삼아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 핀으로 위치를 잡고 무명실로 밑그림을 그린뒤 채색은 붓 대신 손가락이 하고 있다.

엄윤숙 작가는 ‘꽃’으로 위로를 전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낯익은 꽃이다. 그의 캔버스에 들어온 소재들은 세련된 색채로 꾸며져 고상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서양화적 대범한 면 분할 속에서도 동양회화 특유의 여백미를 보여준다.

엄윤숙 작가의 친동생 엄윤영 작가는 ‘자연주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무’를 주로 그린다. 색감과 구도에서 편안함을 안겨준다. 최근 문을 연 코코스페이스(울산시 남구 신정동)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오순이 작가는 어릴 적 기찻길에서 놀다 사고로 두 팔을 잃었다. 화가가 되고자 무던히 노력했고 유학도 다녀왔다. 팔 대신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가 되어 초등과정 교과서에 ‘꿈을 이룬 순이’로 소개됐다. 교수(단국대 동양화과)가 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장애인 차별이 싫지만 봐주기식 선심은 더욱 사양’한다. 연간 10차례 이상 전시회를 열 정도로 그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한다.

이영철 작가는 초창기 생로병사 주제의 사실적 기법을 선보였다. 요즘은 ‘어른아이를 위한 행복 동화’를 주제로 한다. 달, 봄, 꽃, 연인, 꽃밥 등 삶을 긍정하는 모티브로 화폭을 채운다. 선명한 원색 위주의 면 분할로 ‘이영철식 화면 구성법’을 만들었다. 변곡점은 어머니의 병수발로 병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였다. 작품을 본 환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통해 나와 타인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족한 게 있을까’ 생각됐다. 이 작가의 행복동화는 그렇게 출발했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조철수 작가는 힘든 상황 속에도 끝까지 붓을 놓지않았다. 그의 연작 ‘늙은 여자의 수다’는 어머니에 대한 애증으로 시작돼 울산미술대전 전체대상까지 수상(2017)한 작품이다. 독특한 오브제의 화질과 추상적 구성은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울산지역 최초로 베이징국제미술비엔날레(2019) 초대작가가 되었으며, 지난해에는 석사학위 청구전도 가졌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