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미적 체험

2021-06-09     경상일보

1947년 고희를 넘긴 백범 김구 선생은 당대 인류가 불행한 근본 이유는 경제력, 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의, 자비,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족한 인의, 자비, 사랑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라고 보았다. 그래서 백범 선생은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길 소망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 케이팝(K-Pop), e-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한류를 보면 백범 선생의 꿈은 이루어진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엘리트 중심이 아닌 모두가 즐기는 문화예술, 특정한 분야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는 문화예술로 한발 더 나아갈 시기이기도 하다.

울산시교육청도 보편교육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여러 정책을 추진했다. 먼저 문화예술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예술동아리, 관현악단 운영학교, 지역사회와 연계한 예술교육, 교사 예술동아리 활동을 지원했다. 2020년 초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을 개관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회관에는 그동안 학생들에게 부족했던 문화예술 체험시설, 공연·전시시설 등의 공간이 구축됐다. 또 이와 연계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문화예술교육도 주춤했다. 학교에서 악기 수업은 주로 리코더를 활용하는데,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연주할 수 없었다. 거리두기를 위해 다 함께 모여 학예회 같은 공연을 할 수도 없었다. 울산교육문화예술제, 중등학생예술제도 2020년에는 취소됐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2021년에는 다행히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콘서트·무용·연극 등 공연을 열었고, 토론실·악기연습실·댄스연습실 등 자유이용시설을 개방했다.

일선 학교에 있으면서 울산시교육청의 지원을 가장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예술교육 활성화 사업, 지역문화예술 체험활동 운영 지원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근무했던 학교에 한국국악협회 소속 예술가를 초청할 수 있었다. 국악협회 분들은 악기 소개부터 동요 메들리, 타령, 북춤 등 다양한 국악 체험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학생들의 호응도 좋아 공연의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다 함께 일어나 연주에 맞춰 춤추고 어울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공연하신 분들도 반응이 너무 좋아 깜짝 놀라셨다고 후일담을 전해주셨다.

<예기(禮記)> ‘악기(樂記)’에서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부드럽게 해 사회를 조화시킨다고 했다. 실제로 바쁜 일상 속에서 음악 한 곡을 들으며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완화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관점은 조금 달랐지만, 플라톤도 조화로운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예술, 특히 시와 음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교사 키팅은 의학·법률·기술 등은 삶의 유지 수단이지만, 시·미·낭만·사랑은 삶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을 통한 미적 체험의 추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열정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녀와 함께 미적 체험을 하며 행복한 삶을 가꾸었으면 한다.

윤한성 송정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