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암각화로 만나는 선사예술(5)]그림으로 남겨진 선사시대 기록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는 현재 ‘큰보호랑이시절 마을사람들’이란 전시를 하고 있다. 이 전시는 1971년 학계에 보고되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라고 불리기 이전 큰보 근처 호랑이 그림으로 불리던 1960년대 인근 마을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주제로 하고 있다.
암각화와 함께 수 십 년의 삶을 보내온 마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다양한 사진과 영상, 보도자료 등의 기록들을 확인하고 이와 함께 당시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 이야기를 더해 50여 년 전 이곳 사람들의 소소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60년대 이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은 사진과 영상 등의 기록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암각화 또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신석기시대 대곡천 일대를 누비던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보지도 못하고 겪지도 않았지만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을 통해 일부 이해할 수 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시대 계곡과 산 그리고 바다를 누비며 고래, 사슴, 호랑이를 사냥하던 사람들이 대곡천의 절벽을 찾아 그들의 염원과 바람을 담아 그들의 삶을 그림으로 남긴 것이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은 오랜 시간 이곳을 스쳐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들이 그림에 담은 의미와 오늘날 우리가 읽어내는 의미는 다를 수도 있지만 바위에 새겨진 그림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겪지 않은 삶과 환경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1960년대든 7000년 전 신석기시대든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았던 현재의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남겨진 기록을 통해 당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기록이란 문자만으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림 또한 하나의 기록이다. 그림이 담고 있는 함축된 내용이 우리에게 당시 사람들의 생활, 문화, 감정 등을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는 과거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하나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