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12)]버섯의 여왕, 노랑망태버섯
노랑망태버섯은 버섯 중에 가장 아름다운 버섯, 버섯의 여왕이라 불린다. 버섯의 모양이 망태기를 닮아 망태버섯이 됐고, 영어권에서는 드레스버섯이라고 부른다.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사진작가들이 꼭 찍어보고 싶어하는 버섯이다. 울산에서는 이르면 5월 하순부터 늦으면 9월 중순경까지 볼 수 있다.
이 버섯은 망태기모양과 노란 빛깔 때문에 유명하지만 아주 빨리 자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대개 공 모양의 유균에서 한밤중에 대(자루)가 뻗어 나와 새벽녘에 망이 내려온다. 전체 크기는 큰 주발만하다. 해가 솟아오르고 기온이 올라가 팽압이 낮아지면 망이 쭈끄러들기 시작하면서 망 자체의 무게 때문에 쓰러지게 된다. 오후에는 쭈그러지거나 쓰러진 모습을 보게 된다.
노랑망태버섯의 포자를 퍼뜨리는 방식은 특이하게도 파리 등의 벌레를 이용하기 때문에 벌레를 꾀기 위해 악취를 뿜는다. 그러나 최근 하와이에서 나는 노랑망태버섯의 냄새는 여성을 흥분시킨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년 8월 초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작약원에 노랑망태버섯이 군락으로 발생한 일이 있었다. 경상일보에 소개되자마자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이 몰려 작약원을 망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흰망태버섯은 대숲에서, 노랑망태버섯은 산에서 나는데, 희귀하게도 작약 밭에서 대량 발생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일부 사진동호인이 자연을 훼손했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노랑망태버섯 소동’은 좋은 징조라 본다. 노랑망태버섯은 망태기, 망태할아버지, 넝마주이 등 잊혀져가는 슬픈 역사를 아름답게 되살려 준다. 일본 고치현에서는 노랑망태버섯을 인공적으로 재배하여 식용 혹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랑망태버섯의 선명한 색조는 가열 조리해도 바래지 않고 남는다. 올해에도 다시 한 번 ‘노랑망태버섯 소동’이 일어나기를 슬며시 고대해본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