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면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Monetary Board)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사람들이 살기 좋게 하기 위하여 화폐의 발행과 유통, 금리에 대한 결정을 주로 하고 있다. 미국에는 연방준비제도(FRB) 산하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런 일을 한다. 물물교환을 하다가 조개껍데기를 돈으로 썼던 때를 거쳐 화폐를 만들고 신용경제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힐데브란트(Hildebrand B.)는 경제가 자연경제에서 화폐경제로, 또 신용경제로 발전한다고 했는데 아마 전자시대가 와서 인터넷을 쓰고 디지털 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 같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것들을 암호화폐라고 부른다. 이제 암호자산이라 고쳐 부르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이런 것들을 가상자산이라 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지 않아 화폐라고 하지 않는 이것들은 정부의 통화정책을 따르지 않는 치외법권에 있었다. 이들은 해외이전에 통제를 받지 않아 국제수지를 계산하는 데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과장하면 자금세탁이나 탈세, 범죄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가에서 인정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너무 커버린 가상자산을 중국이나 인도 등은 금지시켰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통제방안을 찾고 있다. 동시에 국민의 편의를 위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할 필요가 생겼다. 우리나라는 곧 CBDC를 시험적으로 사용하여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술력이 안정되면 내년에 전격적으로 사용할 것 같다. 공인 인증기관 같은 암호와 보안 기술이 뛰어난 기술업체가 CBDC의 거래를 맡아야 한다. 한국은행이 요즈음 그런 업체를 찾는 모양이다.
비트코인이 한때 억 소리가 났다. 이것이 거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상응하는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채굴하는데 전력의 소비도 엄청나다고 한다. 나는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한다는 생각이다. 지뢰밭을 걷는 것이다. 이들 가상자산을 대신할, 정부가 발행하고 안정성이 보장되는 화폐, 변동성(위험)이 전혀 없는 화폐는 투자의 대상은 아니다.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가상자산을 선호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규제하는 나라가 많아지고 또 가상자산과 은행계좌를 연결하여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게 되면 익명성이 사라져 거품은 빠질 것이다. 차라리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이 딤채에 담길 것이다. 수익이 나면 세금을 물린다고 국세청이 또 눈을 부릅뜨고 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네 곳(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는 무더기로 폐쇄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2일 어떤 거래소에서 일부 가상자산을 스스로 상장 폐지시켰다. 부실을 털어낸 것이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올해 9월24일까지 은행과 실명확인 계좌를 연결해야 영업허가를 하겠다고 했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내주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아마 많은 거래소가 문을 닿게 될 것 같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은 가상자산거래소에 계좌의 실명확인 외에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거래소가 해킹 방지 등 전산시스템의 물리적·운영적 안정성을 확보하라는 요구다. 또, 향후 거래정보(1000만 원 이상)는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뒤늦은 요구들이 쏟아지는 것은 가상자산이 금융(통화)의 역할을 하면서 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만이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데 개인이 만든 화폐를 어찌 가만 두겠는가? 많은 나라에서 규제를 하면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이제라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원래 아무 가치가 없었던 것인데 어찌 이렇게 부풀어 올랐을까?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한데 범생의 사견이니 그리 알고 들으시기를….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