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07)]단오, 탁족(濯足)의 계절
어제는 단오(端午)였다. 원래 단오는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회왕(懷王) 때 시작됐다. 당시 초나라에는 굴원(屈原)이라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는 제나라와 동맹해 강국인 진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합종파(合縱派)였다. 그러나 연형파(連衡派)인 진나라의 장의(張儀)와 내통한 정적들이 굴원을 모함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간신들의 모함을 받고 추방돼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던 굴원은 결국 의분을 참지 못해 멱라수(汨羅水)에 빠져 죽었다. 그날이 음력 5월5일이었다. 그후 해마다 굴원을 위해 제사를 지내온 것이 우리나라에 전래돼 단오가 됐다고 한다.
‘어부사(漁父辭)’는 굴원이 죽기 전에 망국지세의 초나라를 한탄하면서 지은 시(詩)다. 어부사는 굴원과 어부의 대화로 이뤄져 있다.
…굴원이 말했다. “세상이 모두 탁해졌는데 나 홀로 맑고 바르고자 했으며,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몽롱하거늘 나 홀로 술 깨어 있고자 했노라. 이런 연유로 추방되었노라.(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 어부가 다시 말했다. “성인은 만사에 엉키거나 얽매이지 않고 능히 세속과 어울려 옮아갈 수 있다 했소. 세인이 모두 탁하다면 왜 그대는 썩은 진창의 물을 더욱 어지럽게 하고 탁한 물결을 일으키지 않으시오? 또한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 세인이 혼몽하다면 왜 그대는 어울려 술지게미를 먹고 진한 술을 마시지 않으시오? 무슨 까닭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한 행동을 해 스스로를 추방되게 만들었소?” 굴원이 말했다. “내가 듣길, ‘새로이 머리를 감은 사람은 관을 털어 머리에 얹고, 새로이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턴 다음에 입는다’고 했소. 그러니 어찌 청결한 몸에 더럽고 구저분한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상강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물고기의 배 속에 묻히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오. 어찌 깨끗하고 흰 내가 세속의 더러운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어부가 웃으며 노를 저어 배를 몰아가며 노래를 지어 말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의 물이 탁하고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어부가 어딘가로 가 버려 다시 더불어 말을 나누지 못했다. 어부사(漁父辭) 일부
요즘 정치판에 창랑의 파도가 거세다. 세대교체와 정권교체 화두가 맞물리면서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다. 어부의 지혜는 다름 아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 갓끈을 씻을 때와 발을 씻을 때를 아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 논설위원